방글라데시서 온 형제 샤인.후세인씨

입력 2001-11-19 14:26:00

돈 벌러 한국에 갔던 동생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13일전 한국에 입국한 방글라데시인 샤인(35)씨.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한 해외 나들이인데다 하필 한국은 겨울 초입이라 서글프기까지 하다. 방글라데시의 겨울은 한국처럼 춥지 않다. 게다가 하루 종일 병원에 있느라 눈에 띄는 사람이라고는 어딘가 부러지고 찢어진 환자들뿐이다.

샤인씨의 동생 후세인(28)씨는 지난 9월 어느 날 밤, 성주대교 근처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해 계명대 동산의료원에 입원해 있다. 이미 1차 수술을 마쳤고 다음주쯤 예정된 2차 수술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행히 보험회사에서 책임보험 급여 지급이 결정됐지만 1차 수술비로 이미 대부분을 썼다. 한 선교사가 동생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사정은 막막하다.

동생 후세인씨는 95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 2년 혹은 3년으로 제한돼 있는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입국한 그는 이미 불법 체류자 신분이며 책임보험 급여 외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샤인씨가 동생의 교통사고와 입원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 9월 말. 여러 가지 입국 방법을 모색했지만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만 입국이 허용됐다. 방글라데시에는 늙으신 부모님과 아내, 다섯살짜리와 5개월된 두 아들이 그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다.

왕복 비행기 값과 약간의 체류비로 쓴 돈은 200만원. 방글라데시에서 고등학교 과학 교사(주: 샤인씨는 예외일 수 있지만, 한국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은 흔히 자신이 교사 출신이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였던 자신의 1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의 한국행에 대해 아내는 못마땅해 했지만 부모님은 지체하지말고 떠나라고 말씀하셨다.

교통사고 소식에 놀라 달려왔지만 6년여만에 만난 동생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아 보인다. 문제는 한국생활, 그것도 병원생활이 예상 외로 힘들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도무지 편히 잠들 수 없고 음식은 전혀 입에 맞지 않다. 병원 앞 슈퍼에서 카레를 사다 얹어 먹어야 조금이라도 삼킬 수 있다. 노력은 해보았지만 지난 10여일 동안 한국 음식은 입에도 대지 못했다. 3일 전에는 결국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동생을 간병하기는커녕 도리어 동생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샤인씨는 지독하게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만리 낯선 땅의 생활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할 말도 없다. 아픈 동생을 위로한답시고 쉬지 않고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결국 무책임한 말이 될 뿐이다. 무작정 달려오기는 했지만 동생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재수술은 물론이고 꽤 오랫동안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할 동생은 샤인씨에게 차라리 몇 년 한국에 머물며 돈을 벌어 병원비도 갚고, 비행기 값이라도 벌어 보자고 말하지만 너무 겁나는 일이다. 낯선 나라에서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힌 채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와 제 동생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샤인씨가 서툰 영어로 기자에게 물었다. 그의 눈은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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