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 인하 건의 배경

입력 2001-11-17 15:33:00

농림부장관의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추곡수매가 인하를 정부에 건의키로 한 것은 2004년 쌀협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제 쌀값의 4~6배에 달하는 국내 쌀값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특히 카타르 도하에서 뉴라운드가 출범한 후 쌀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쌀값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그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쌀생산 과잉으로 산지 쌀값이 떨어져 소득이 줄어든 농민들이 수매가 인하방침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 국회에서추곡수매가를 최종 결정하는데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따라서 실제 수매가는 양곡유통위의 건의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추곡수매가는 90년대 들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직후인 94, 95년과 97년 등 세차례 동결된 적이 있으나 다른 해에는 평균 4~6% 인상됐다.이에 따라 우리나라 쌀값은 2001년 7월 기준으로 미국산 쌀의 5.8배, 태국산의 9.2배, 중국산의 6.3배가 될 정도로 국내외 쌀값차이가 갈수록 커졌다.

이처럼 추곡수매가가 계속 인상돼온 데는 추곡수매가를 결정하는 현행 방식이 큰 몫을 했다. 양곡관리법에 정부는 추곡수매가와 수매량을 매년 국회의 동의를 받아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곡수매가 동의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선량들에 의해 선심쓰듯 추가로 인상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쌀은 '경제미'가 아니고 '정치미'라는 말까지 생겼다.

결국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쌀산업중장기대책을 통해 "앞으로 추곡수매가를 안정화시켜 나가겠다"고 언급, 수매가의 인하 내지 동결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전국에서 올라온 2만여명의 농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농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추곡수매가를 동결하는 것은 몰라도 내리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농림부 안팎의 관측이었다.이날 양곡유통위 회의는 위원들간에 4시간여동안 격론이 벌어졌다. 생산자대표들은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소비자대표와 학계대표들은 수매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결국 농민이 피해를 본다는 점을 강조, 결국 투표를 통해 건의안을 확정할 수밖에 없었다.

양곡유통위는 생산자대표 5명, 소비자대표 5명, 학계-연구기관 5명, 언론계 2명, 유통분야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대 경제학부 정영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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