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비밀의 처방

입력 2001-11-14 14:14:00

유산균을 최초로 이용한 민족은 페르시아 유목민들이다. 이들이 우유를 가죽주머니에 담아 다니던 중 우유가 변화되어 시큼한 맛의 발효유(요구르트)가 된 것이 그 기원이다. 그 후 21세기초 매치니코프가 우유에서 자라는 유산균이 사람의 건강과 장수를 돕는 정장(整腸)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 몇년 사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이용되는 미생물 가운데 하나가 유산균이다. 이것은 요구르트 특유의 향미를 만들어 주고, 유당으로부터 젖산이 만들어져서 산성화해 청량감을 주며, 장 내용물의 산성화로 칼슘의 흡수를 도와준다. 또한 요구르트는 대부분 탈지유로 만들어지고 있어 에너지 섭취를 줄여주고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사람의 대장 내에는 수백 종류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어 미생물의 전쟁터나 다름 없다. 대장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내거나 면역력을 강화하고 소화를 촉진하는 유익한 균과, 해로운 물질을 만들고 독소를 생성해 발암물질을 활성화하는 해로운 균들이 서로 치고 받는다. 어떤 세균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건강 상태가 좌우되는데, 이 전쟁에서 이로운 균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유산균이다.

서양에서 요구르트에 대한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16세기초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에 관한 것이다. 프랑수아 1세는 끔찍하고도 질긴 속병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왕정 의사들의 어떠한 처방도 효험이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국왕은 친구인 터키 왕에게 질병에 대한 전갈을 띄었다. 즉시 터키 왕은 신하를 시켜 양과 '비밀의 처방'으로 요구르트를 만들어 프랑스 국왕에게 보냈다. 그 요구르트를 꾸준히 먹은 프랑수아 1세는 속병이 나았음은 물론 오랫동안 프랑스를 통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입시전쟁과 취업난에 지친 사람들, 테러사건 이후 흰색 가루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 어려운 경제 사정,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속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속 답답한 이들에게 비밀의 처방이 어떨까! 이인선(계명대 전통미생물자원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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