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카불포기 배경-미 공습 주효…저항능력 상실

입력 2001-11-14 00:00:00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이 지난 90년대 무려 4년 여에 걸친 전투 끝에 점령한 수도인 카불을 불과 수일 만에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BBC 방송은 한달여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무자비한 공습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방송은 탈레반이 90년대 파키스탄의 지원 아래 카불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북부동맹도 미군의 대규모 공습 덕에 예상보다 쉽게 카불을 점령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9·11 테러 이후 파키스탄의 지원이 끊어진 데다 미국의 무자비한 공습이 이어지면서 북부동맹의 공세에 저항할 능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기 때문에카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방송은 분석했다.여기에 탈레반에 대한 파슈툰족의 지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한 원인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지난 90년대에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평화와 안정을 갈구하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었으며 강력한 이슬람 율법으로 무장한 탈레반이 해결책으로인정받았지만 강권정치가 계속되면서 탈레반에 대한 지지도 약해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탈레반의 지나친 원리주의로 국제구호단체의 구호활동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진 것도 탈레반에 대한 지지 약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방송은 부연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탈레반이 카불을 그리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가 지금껏 카불이 아닌 칸다하르에 머물고 있었으며 정부의 주요기관은 카불에 있었지만 실질적인 정책결정은칸다하르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파키스탄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 아래 정권을 장악했던 때와는 달리 이들 국가의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탈레반이 이란과 러시아, 인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북부동맹의 공세에 맞서 무리하게 카불을 고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것이 BBC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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