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 보슬비가 내리던 날 상주대를 찾았다. 35만여평 넓은 땅 한 켠에 자리잡은 건물들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학교 소개를 맡은 사람은 김기탁 총장. 문학박사인 그는 상주대 학생들에게 교양국어를 가르친 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1921년 개교한 상주공립농잠학교가 현 상주대의 전신인 상주농잠고등전문학교로 승격하며 대학 모습을갖춘 것이 1969년. 그때부터 상주대에 몸담아왔으니 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터. 김 총장과 함께 2시간 가량 캠퍼스 곳곳을 둘러봤다.
지난 9월 문을 열었다는 공동실습관을 찾았을 때, 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이던 학생들이 넙죽 인사를 했다. "총장님, 우리 과 행사에 꼭 오셔야 합니다. 알차게 준비했습니다".동화구연대회를 준비한 아동복지과 학생들이었다."학생들이 어떻게 총장님을 알아봅니까? 직접 가르치신 학생들입니까?". 기자의 질문에 김 총장은 웃었다. "제 얼굴을 모른다면 아마 결석을 많이 한 학생일 겁니다. 총장이라고 본관에만 앉아 있어선 안되죠. 학생 식당에 가서 함께 밥도 먹고, 학과 행사에도 꼭 참석합니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다른 곳에서 만난 학생들도 아무런 거리감없이 총장을 대했다. 총장 역시 지도교수마냥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가며 대화를 나눴다.도서관 전자정보실과 취업정보검색실엔 인터넷을 이용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자격증만 딴다면 취업 걱정이 없습니다. 특히 학과 정원이 30~40명에 불과하다보니 담당 교수가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죠. 저도 1학기에 10명 가량 취업시켰습니다. 최근 들어 4년제 대학으로는 드물게 80% 가까운 취업률을 달성했죠".
상주대의 지난 봄 신입생은 1천400여명. 20만~100만원에 이르는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이 46%에 이른다고 했다. 학점당 등록금이 정해지기 때문에 개인 형편상1학기를 더 다닌다고 해도 신청한 학점에 해당하는 수업료만 내면 된다. 또 능력에 맞춰 조기졸업이 가능하고, 휴학기간에 제한이 없어 졸업시기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상주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지역과 함께 하는 대학'입니다. 지역이 대학을, 대학이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윈-윈전략'이 필요하죠. 상주대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사양길에 접어든 우리 농업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상주대는 학내 전자계산소를 통해 농민들에게 인터넷 사이트를 무료 개방했다. 원한다면 누구나 지역 특산물을상주대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
지역민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한달 100만~200만원에 그치던 한 농가의 특산물 매출액은 인터넷 판매 덕분에 10배 이상 뛰었다고 했다. "대학이 지역 속에 녹아들어 함께 호흡하는 것은 인재를 키워 대도시로 보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정체성을 잃고 수도권 해바라기로 전락해 우왕좌왕하는 지방대학들. 김 총장의 한마디는 취재를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내 기자의 머리 속을 맴돌았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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