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추락(8) 농업보루 무너지나 또다른 위협(1)

입력 2001-11-05 16:05:00

농민들은 특화된 쌀로 활로를 찾고 도시인들은 쌀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며 쌀 농업의 위기에 한덩어리가 돼 대처하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애쓰고 있는 저멀리에서는 또다른 폭풍이 우리 쌀 농업을 덮칠 태세를 갖추고 있다.그것은 2004년이면 우리의 쌀 시장 개방 유예 기간이 끝난다는 바로 그 사실과 직결돼 있다. '뉴라운드'라는 국제 협상에 모두들 초긴장하는 것은 그 협상에서 우리의 다음 운명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은 좋잖다. 식량 수출국들은 "10년이나 봐 줬으니 이제는 문을 완전히 열어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유예기간을 일부 남았는데도 스스로 문을 열어 버렸고, 또다른 어떤 나라도 뒤를 이었다. 우리에게 불리한 일들만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유예기 끝나

만약 우리의 쌀 시장이 완전히 열리게 된다면, 그걸 노릴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 자유무역 체제에 편입되기 위해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신청했고, 사전 조율에 성공해 오는 9∼13일 사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WTO 4차 각료회의에서 가입을 최종 확정토록 예정돼 있다.

이때문에 매일신문은 이미 지난달 중국 농업의 파괴력을 6회에 걸친 시리즈로 살폈었지만, 갑자기 악화된 국내 수매 상황 때문에 쌀농업 부분의 세세한 사항은 본 시리즈에서 다루도록 역할을 이양했었다. 이제 그 현장보고를 3회 정도에 걸쳐 재개한다.

기자가 찾았던 중국 현장의 분위기는 앞서도 보고했듯 극히 위협적이었다. 관계자들은 내놓고 "한국·일본 시장을 생각해 대비해 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자신들이 주로 먹던 물기 적은 안남미(인디카종)는 재배면적을 줄이는 대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나 쓰는 찰기있는 자포니카종을 대폭 늘렸다고 했다. 값이 우리 것의 몇분의 1밖에 안되니 시장만 열리면 당장이라도 휩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터. 그러면서 품질도 고급화해 품질 경쟁력까지 완비했다는 것이다.

◈중국산 고품질 무장

우선 이들이 우리의 쌀 시장 개방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는 여러 군데서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WTO 가입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을 연구하는 등 많은 대비를 해 왔습니다". 헤이룽쟝성 농업청 부청장을 지낸 뒤 하얼빈에서 한국계 회사 고문으로 활동하는 남병원(69)씨는 "WTO 가입 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정부는 농촌에 대한 보조금을 주지 않고 쌀이 스스로 시장성을 확보토록 정책을 바꿔 왔다"고도 했다.

많은 농업 관리들의 중국산 자포니카종 쌀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했다. 한 관계자는 "지린성의 모 곡물 수출회사가 지난달 한국 정부의 최소 시장접근 물량(MMA) 쌀 수입에 응찰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왔다"며, 이런 공세와 시장 탐색은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이미 연평균 300만t의 쌀을 수출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세계 전체 수출량 2천400만t의 13%를 점유함으로써 수출 이력도 상당한 실정이다.

이런 낌새는 우리측에서도 이미 감지, 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박사는 "중국의 쌀농업은 자체 식량작물 파종 면적의 30%, 총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며 국제시장 비중도 높다"다고 판단하고, "중국은 WTO 가입을 염두에 두고 장립종 대신 중단립종 생산을 늘려 수출 능력을 증가시켰다"고 경계했다.

◈국산 경쟁력 초비상

중국 전체로는 벼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1990년 3천306만ha 1억9천만여t에서 지난해엔 2천963만ha 1억6천300만t으로 줄었으나 자포니카종(북방연구소 자료) 비중은 1980년 5%에서 1990년 10%, 2000년 20%로 증가했다는 것. 게다가 자포니카종은 주산지인 만주지역에서 양쯔장(揚子江) 하류인 장쑤성(江蘇省) 허베이성(河北省)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인디카 재배의 감소는 연간 두번 재배하는 이기작답(二期作畓) 감소에서도 잘 나타나, 전국 비중이 1975년 71%에서 1990년 58%로 급감했다. 특히 쟝수성과 상하이 경우 각 47% 및 97%에서 2% 및 19%로 급감했다. 중국 정부가 덩샤오핑 등장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뒤 식량난이 해소되자 증산에서 품질 위주로 정책을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판단됐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홍성재 농무관은 "국가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디카종 수매를 과감히 포기, 안남미 면적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농림부 박해상 식량생산국장은 "우리 것 못잖은 고품질 쌀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뉴라운드를 앞두고 우리 쌀농업의 경쟁력 높이기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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