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의전절차는 색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서 김대중 대통령 경남도 순시행사의 하나로 열렸던 도민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일어난 농민대표 강제퇴출 사건은 아무래도 너무 심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농민들은 쌀값 폭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대통령에게 농민의 속타는 심정을 호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통령과 악수하고 밥 한 그릇 먹은 뒤 자랑이나 늘어놓는 자리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이 농민의 말이 의미를 갖게 된다. 사실 쌀값문제는 대통령의 한 말씀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성질의 것이다. 아마 농민도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꼭히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대통령은 농민의 애타는 심정을 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농민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훌륭한 민주주의 방식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대통령의 귀는 커야 한다는 말도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물론 이 농민은 발언권도 없이 발언하려 한 것은 대통령 관련 행사의 의전절차를 무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예정에 없는 행동을 하면 제지하는 것이 관례인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농민대표가 "농사꾼으로서 대통령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고 발언한 이상 그 호소는 들어주는 것이 민주주의적인 예(例)가 아닐까. 이렇게 국민의 소리를 막게 되면 청와대가 대통령의 귀를 막는다는 민중의 소리가 사실로 국민들에게는 인식될 것이다.
청와대 경호실은 이 농민에게 경호상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사과했다고 한다. 경호실로서는 예(禮)를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잉충성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국민의 소리를 막았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지방순시는 으레 숙원사업 청취 등 관변행사 위주였다. 이 전례도 이번을 계기로 국민의 쓴 소리도 듣는, 보다 알찬 행사로 바뀌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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