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부패 성역을 척결하라

입력 2001-07-09 14:00:00

제2건국위원회가 전국 5대도시의 기업인들을 상대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인 4명중 1명꼴로 공직자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했다는 결과는 우리의 부패구조가 가히 철옹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는 걸 웅변하고 있다.

설문 주체가 공신력있는 제2건국위원회라는 점이나 사회개혁이 진행중이고 수없이 많은 공직사정작업을 거친후인 99년과 지난해 조사에서도 이렇게 우리공직이 부패하고 있다는 건 어떤 처방, 어느 누구도 다스릴 수 없는 '영원한 사각지대'로 남지 않나 하는 절망감마저 들게한다.

특히 중앙부처의 고위직일수록 심하고 사정주체인 경찰, 세무, 법조분야가 부패정도가 심한 5개직종에 들고 있다는 건 근원적으로 지금까지의 부패척결이 잘못됐음을 의미한다.

힘있는 부처가 더욱 심하다는 것도 결국은 지금까지의 사정이 힘있는 곳의 '큰 부패'는 덮어버리고 힘없는 '작은 부패'만 질책했다는 것인데 이런 '성역'을 남겨둔 지금까지의 사정(司正)패턴으론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정치인 부패가 67%라고 응답해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정치권의 정화'없이는 부패척결이 이룩될 수 없다는 명제를 던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앞으로 부패척결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이미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다. 또 이런 부패패턴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돼온 문제점이었다. 그런데 왜 이게 좀처럼 개선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 걸까. 이는 순전히 현정권의 고위핵심의 실천의지에 달렸다하지 않을 수 없다. 현 국회의원 4명중 1명이 각종 실정법위반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이다. 의원직 박탈을 시키는 과감하고 공정한 법적용을 하느냐 마느냐가 바로 부패척결의 바로미터라는 얘기다. 고위직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정치적 배려로 얼버무리기 일쑤였으니 국민들까지 법을 우습게 알고 공직은 더 말할나위가 없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닐까. 부패악순환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현정권은 직시하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