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인프라 완료단계…거세진 민 주도론

입력 2001-05-30 15:06:00

신제품개발센터, 염색디자인실용화센터, 니트시제품공장, 섬유패션센터 등 인프라구축이 완료단계에 접어들면서 밀라노프로젝트 4개 분야 17개 사업진도가 5월 현재 50%을 넘어섰다. 밀라노프로젝트가 중반을 지나면서 그동안 관 주도의 사업추진에서 민간(업계) 주도로 전환될 시점이란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민·관 양축의 하나인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섬산협)는 프로젝트의 총괄·조정은커녕 협회 운영조차 삐걱대는 등 제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섬산협이 위상 재정립을 통해 밀라노프로젝트 민간추진 주체로 나아가야 하느냐, 섬유관련 단체 협의기구로서의 기존 역할에만 머물러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의 전환을 제시한 최근 산업자원부의 밀라노프로젝트 중간평가와 같은 맥락에서 '민간 주도기구'의 위상과 섬산협의 현주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섬산협의 현주소

섬산협은 밀라노프로젝트 출범이후 지난해 5월 민병오 협회장이 문희갑 대구시장과 함께 '대구·경북 섬유산업 육성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면서 명실상부한 밀라노프로젝트 추진주체로 떠올랐다.

그러나 섬산협은 그동안 업계가 조성한 기금 25억원의 이자만으로 운영하면서 업계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밀라노프로젝트와 관련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협회 운영비로 사용해온 기금이자마저 바닥나 지난해 원금 2억2천여만원을 잠식해 현 기금이 19억7천700만원에 불과한데다 올해도 1억6천여만원을 추가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별 성과없이 돈만 축낸다'는 따가운 내부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매년 지원하는 일부 보조금도 '섬유패션축제' 등 목적사업에만 사용할 수밖에 없어 섬산협의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섬산협이 협회운영의 난맥상과 함께 내부 구심점을 세우지 못한 상태로서는 밀라노프로젝트를 끌고 나갈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

▨업계의 평가

업계에서는 섬산협의 위상과 관련, 섬산협 자체의 구심점 부재와 운영능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대구시 책임론도 거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섬산협이 업계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거나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섬유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미래지향적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섬산협이 '섬유박람회' 등 각종 사업을 주체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면서 위상을 스스로 세우지 못한 점을 꼬집고 있다일부 업계에서는 대구시가 밀라노프로젝트를 관 주도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 섬산협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소홀히 함으로써 밀라노프로젝트 추진주체에서 사실상 배제시키려는 의도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섬산협 관계자는 "밀라노프로젝트의 체계적 추진과 지원을 위해 '실무협의회' '업종별협의회' '산학연협의회' 등 협력기반 구축사업과 섬유수출 구조고도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적 뒷받침과 업계 지원이 없다면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주도의 필요성

산업자원부도 최근 '밀라노프로젝트 민간주도'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 2월 '밀라노프로젝트(2차) 중간평가'에서 "기존 구축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실질적 업계지원을 본격화하고 소프트웨어개발 지원을 확대"토록 요구했다. 또 "'대구·경북 섬유산업 육성추진위원회'를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조속히 전환하여 민간참여 확대로 운영의 활성화를 도모"할 것을 지적했다.

지역 업계도 그동안 관 주도의 사업추진에서 업계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일부 불만을 드러냈다. 또 밀라노프로젝트 인프라가 구축된 현 상황에서 각 추진기관의 연계 및 상호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중복사업을 조정할 민간 추진주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업계와 대구시는 섬산협을 지원과 육성을 통해 밀라노프로젝트 추진주체로 바로세울 것인지, 아니면 개별 추진기관(섬유개발연구원, 염색기술연구소, 패션센터)의 역할만으로 관 주도 사업을 펴나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민병오 섬산협회장은 "30일 열린 총회에서 협회운영자금 마련방안을 공식 의제로 내놓았다"며 "재정의 안정적 확보로 협회가 밀라노프로젝트의 주도기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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