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 이름뿐인 '국제'

입력 2001-05-23 00:00:00

22일 오전 11시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 낮 12시 10분 150여명의 승객을 태운 중국 상해발 항공기가 도착할 예정이지만 입국·검역·세관 심사대는 텅 비어 있었다. 항공기 도착 30분전에 이르러서야 직원들이 한 두명씩 나타나기 시작, 입국자들을 맞아 심사를 끝낸 뒤 서둘러 공항을 떠났다.

지난 17일 문을 연 대구국제공항에 세관 및 검역, 출입국 관리를 전담하는 상주직원이 한 명도 없다. 국제선이 뜨는 화, 목, 금, 토요일마다 공항에 직원들이 출장나와 업무를 보고 있다.

대구본부세관 한 직원은 "공항에 세관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없어 조사감시과 직원 20명 중 10명이 일주일에 4번씩 공항에 나온다"며 "본 업무인 조사감시업무가 많아 세관업무에 신경을 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출입국업무도 국제선 항공기가 드나들 때마다 법무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10명 안팎의 직원들이 파견나오고 있고, 검역업무는 포항에 있는 국립검역소에서 매번 출장을 나오는 실정이다.

2층 국제선 출국장 옆 병역신고 사무실은 아예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다.

각종 국제행사로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국제선 입·출국장내에는 어디에도 관광안내 책자를 비치한 곳이 없다.

관광안내는 1층 출입문 옆에 1평 남짓한 대구·경북관광안내소가 고작이고 통역원은 영어와 중국어뿐이다. 처음 대구를 방문하는 외국인은 안내소를 찾기조차 힘들 정도로 안내판이 눈에 띄지 않았다.

2층 국제선 출국장내에는 국제선청사 준공과 동시에 30평 규모의 면세점과 20여평의 스낵코너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비어있는 상태. 이 자리에는 음료자판기 2대가 전부였다.

사업차 중국을 자주 오가는 최모(42·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국제선 출국장내 편의시설이라곤 의자와 음료자판기뿐"이라며 "탑승 대기시간동안 의자에 앉아 소일하는 승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노선과 신청사를 갖췄다고 국제공항이 다 된 것은 아니다"며 "내·외국인들의 여행편의를 위한 공항인프라를 제대로 갖춰야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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