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팔면 오르고 사기만 하면 내려…

입력 2001-05-07 15:36:00

1억년 전 아득한 태고적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온 생명체 개미. 전세계에 걸쳐 1만5천여종이 서식하고있는 개미는 다른 종에서 볼 수 없는 조직적인 군락 생활 방식이라는 효율적 생존방식으로 번성하고있다.

언제부터인가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은 '개미'로 불려지고있다.

그러나 하나의 유기체인냥 일사불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자연의 개미와 달리 증시의 개미들은 지리멸렬하고 우왕좌왕하는 투자 행태를 보이며 기관과 외국인, 큰손들의 '밥'이 되고 있다.

코스닥이 한창 불을 당기던 2년 전. 증권사 객장에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 부대가 등장하던 때 자영업자 ㅂ(39)씨도 거금 3억원을 들여 당시 잘 나가던 코스닥 황제주를 샀다. 그러나 그것이 이른바 '상투'일 줄이야. 주식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전직하했다. 몇번의 물타기와 종목 옮겨타기로 원금 만회를 시도해 봤지만 매번 실패.

마치 도깨비에 홀린 듯 주가는 그가 사면 폭락하고 팔고나면 반등했다. 최근 그는 주식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결심하고 보유 종목 전부를 처분했다. 그때 증권계좌에 남은 돈은 500만원이었다.

은행 이자보다 좀 나은 수익을 얻으려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ㅂ씨처럼 뼈아픈 좌절을 경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너무도 많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말 현재 우리나라 주식투자인구는 330만명. 총인구의 7.0%, 경제활동인구의 15.2%가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면 주가가 빠지고 팔면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순매수한 종목들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18.6%에 불과했다. 반면 순매도한 종목의 수익률은 216.4%나 됐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사면 주가가 내리고 팔면 주가가 올랐다는 이야기다. '내가 사면 주가가 내리고 팔면 주가가 오르는 개미의 딜레마'는 이처럼 지표상으로도 확인되고있다.

주식시장은 인간으로서 최악의 선택인 자살을 부를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혹자는 주식시장을 '굴뚝없는 공해산업'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살벌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너무도 쉽게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헤어나지도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정보, 시간, 자금력에서 외국인, 기관, 큰손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호시탐탐 개인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기 위한 시세조정 즉 '작전'도 횡행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인 원인 말고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잘못된 투자 습관 때문이다.

증권전문가 김종철씨는 개인투자자들의 3대 속성으로 △본전 고수 △뇌동매매 △연중무휴 매매를 꼽았다. 본전에 집착하다 보니 손절매를 제 때 못하고, 원칙없이 부화뇌동식으로 매매를 하는 탓에 상투에 물리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또 하락장에서는 쉬는게 가장 훌륭한 투자기법임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연중 내내 주식을 사고 팔기 바쁘다. 특히 연중 무휴 투자야 말로 깡통계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김씨는 강조하고있다.

증권전문가 김문석(홀짝박사)씨는 "가장 바람직한 투자 방법은 주식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은 이익은 적게 보고 손실을 크게 보는 매매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부단한 주식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매매원칙을 세운 뒤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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