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테러지원국 지정

입력 2001-05-01 14:02:00

미 국무부는 1일(한국시간) '세계 테러리즘의 유형:2000년' 제하의 연례 테러보고서를 발표했다.

총 81쪽에 별첨 통계도표를 첨부한 이 장문의 보고서는 한 해 세계 전역에서 발생한 테러상황을 유형별로 분석, 테러리즘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을 일깨우고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 및 국가를 적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테러를 배제, 지양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번 테러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올들어 14년째 계속 미 국무부가 지정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여부는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말기인 2000년 10월 북한 국방위원회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전격 워싱턴 방문과 이어 성사된 매들린 올브라이트 평양 답방 등으로 북-미 화해기류가 급격히 조성되면서 워싱턴-평양간 현안으로 부상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그같은 가능성에 일단 쐐기를 박은 셈이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언급, "지난 2000년 북한은 3차례에 걸친 테러관련회담에 참여, 그 결과 북한이 테러에 반대하고 그러한 활동에 대한 국제적인 조치들을 지지할 것임을 재천명한 북-미 공동성명이 나온 바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지난 70년 일본항공(JAL)기를 북한으로 공중납치한 일본공산주의연맹의 적군파 요원들에게 피신처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테러 지원국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테러분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필리핀 정부 관리들은 모로 회교해방전선(MILF)이 중동으로부터 제공받은 자금을 가지고 북한에서 무기를 구입했다고 밝혔다"며 테러단체에 대한 무기 판매를 테러지원국 지정의 중대한 근거로 삼았다.

이번 보고서는 필리핀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테러단체 무기 판매주장을 적시함으로써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는 새로 출범한 보수강성 기조의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북한을 어떤 국가로 바라보느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시각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의 미사일 위협 및 테러위험성을 거듭 제기하며 북한이 그같은 위협을 중단하지 않는 한 대북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축을 강력히 추진하는 이유중 하나로 북한의 그같은 미사일 위협과 테러성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지 않은 것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관과 일맥 상통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테러지원국으로 계속 지정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수단, 쿠바 등 다른 6개 국가와 같이 북한을 이른바 '불량국가(rogue nations)'로 간주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기위해서는 테러에 대한 각종 국제협약에 가입함과 동시에 JAL기를 공중납치한 7명의 일본 적군파요원들을 북한땅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선결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관련규정에 따르면 테러지원국이 그 명단에서 해제되려면 최근 6개월동안 테러활동을 지원하지 않고 또 앞으로도 계속 테러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하면 미 대통령이 그같은 보장을 첨부해 의회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청하고 의회는 이로부터 45일이내에 이를 처리토록 돼 있다.

지난 88년 대한항공(KAL)기 공중 폭발사건 이후 테러지원국에 지정된 북한이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부시 행정부 아래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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