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달도 뜨지 않는 캄캄 세월, 조선의 아비들은 집밖으로 떠돌고 헐벗은 대지에 우물을 파고 집을 세웠던 여자들은 모진 가뭄과 사나운 홍수를 견디면서 자식들을 키웠다. 나는 집 떠나 세상과 싸움을 건 아비들에게 묻는다. 희망은 발견했소? 세상은 지금 살 만 한가요?"
이윤택 희곡 '눈물의 여왕'만큼이나 힘들고 지치는 세상살이이다. 그 결과 대중은 골치 아픈 복잡한 내용이나 문화적 모험을 기피하고 화려한 날만을 기억하는 향수에 젖기를 원할 수도 있겠다.
요즈음 KBS의 '태조 왕건'이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SBS의 '여인천하' 또한 시청률 20%-시청률 20%는 만족할 만한 수치를 넘기고 있다고 한다.
원래 사극은 방송사에서 탐내는 드라마 소재는 아니다. 로케이션 건설비가 엄청나고 60분짜리 회당 제작비가 현대물 3천만원에 비해 몇 곱절이나 되는 1억원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분장이나 미용으로 인해 제작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스프리트껌과 알코올을 섞은 접착제로 수염을 붙이는 시간은 한 사람 당 대략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의상, 소품, 액세서리는 고증에 따라 정확하게 제작해야하고 대사가 고어이기 때문에 일정한 어투가 가능한 중견 연기자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극에서 몹신(Mob Scene)은 대규모 군중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체 지원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군이나 학교가 동원되기도 한다.
사극의 특징은 마필에 있다고 할 만큼 말은 잘 다루어야 한다. 그것은 말이 주인이 자주 바뀌면 피곤하여 난동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연 경험이 많은 말은 카메라만 보면 걷고 감독의 큐 사인을 잘 알아듣는다. 사극에서는 연기자들도 힘들다. '태조 왕건'에서 견훤역의 서인석은 화살 공방전으로 인해 옷을 태운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후백제 호족역의 서상익은 낙마로 인해 두 달 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태조 왕건'의 작가 이환경은 '드라마는 이야기일 뿐이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정통사극이든 역사적 내용에 아이디어를 따온 통속사극이든 일단은 작가에 의해 인물이 설정되고 빠질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즈음 정치권은 '아지태' 공방에 이어 '왕건'은 나를 닮고 '아지태'는 너를 닮았다는 주장이 치열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은 그들 모두를 '장진구'를 닮았다고 할 것 같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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