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지방세 비율 5대5는 돼야"

입력 2001-03-05 14:00:00

10년을 끌어온 경주경마장 건설이 지난 달 초 문화재위원회의 해당지역 보존결정으로 물거품으로 변했다. 경마장이 들어서면 한 해 예상 수익이 5천억원에 달하고, 이중 10%가 지방세로 납부될 경우 경주시는 연간 150억원, 경북도는 350억원을 각각 거둬 피폐한 지방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부풀어 있었다. 경마장이 있는 경기 과천시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고수준. 경주경마장 건설사수 범도민추진위 김성장(40) 사무국장은 "문화재 보존 예산 중 중앙정부 보조금은 '쥐꼬리'여서 대부분을 경주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판"이라며 "경마장 건설이 물건너가면 시재정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주경마장 문제에서 보듯이 지방재정 확충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사활이 걸린 문제다. 지방재정이 갈수록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마다 돈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은 그야말로 '전쟁(錢爭)'이다.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해줄 것을 중앙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한 각종 사업에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영국처럼 지자체 스스로 세목, 세율을 정하고 징수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제 개편 시급

지자체의 수입원은 크게 지방세, 세외수입, 지방채, 의존재원 등 4가지로 나뉜다.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의존재원엔 교부금, 국고보조금, 양여금이 있다.

우선 지방세.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약 8 대2 정도. 이처럼 거둬들인 세금은 중앙정부가 '6'을 쓰고 나머지 '4'를 가지고 전 지방자치단체가 쪼개 사용한다. 이는 중앙정부가 징수한 국세를 덜어내 지자체에 교부금, 양여금, 국고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배분해 주기 때문. 이재용 대구 남구청장은 "무엇보다 국가의 균등발전을 위한 재정운용이 중요하다"며 "세목조정을 통해 국세인 상속세, 양도소득세, 주세, 전화세 등을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일본 수준인 5 대 5정도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하지만 국세의 지방세 전환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화세 경우 지방세로 돌릴 경우 서울시는 세수가 엄청나게 느는 반면 지방의 중소도시는 세수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바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

때문에 학계에선 안정적 수입원 확보라는 차원에서 세제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윤영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세인 취득·등록세 경우 부동산 경기에 따라 징수액이 들쭉날쭉한다"며 "부동산의 이전에 따른 세금비중을 줄이는 대신 보유를 기준으로 하는 종합토지세, 재산세 등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대윤 대구 동구청장은 "국세인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중앙·지방정부의 공동세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의 관광세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거나 법적으로 허용된 탄력세율을 활용, 재정자치를 도모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세외수입 발굴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지자체가 출자하는 '제3섹터'(민관합작)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적자를 내 되레 지자체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지적. 작년 말 국회 정기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가 출자한 34개 기업 중 16개 기업이 적자를 냈다. 이를 빌미로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는 "지방재정이 방만하다" "지자체가 재정운용 능력조차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중앙정부의 판단은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 눈길을 돌려 흑자를 내는 지자체의 경영수익사업도 적지 않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북도 및 시·군이 14.3%를 출자해 가축사료사업을 하는 (주)경축은 지난해 28억여원의 이익을 냈고, 농공산품수출업체인 경북통상은 2년 연속 흑자에 이어 올해엔 더욱 큰 규모의 흑자를 내다보고 있다. 김현규(43) 경북통상 총무부장은 "기업경영 마인드를 갖출 경우 지자체의 경영수익사업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며 "특히 연관 기업들의 가동률을 높이고 소득세 증대, 고용 증가 등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경영수익사업은 수익·공익성을 함께 고려하는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며, 중앙정부가 딴죽을 걸기보다는 적극적 지원을 통해 지방재정 확충에 기여할 것을 지자체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지방채 해결, 정부가 나서야

도로, 상수도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드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것이 지방채. 대구시를 비롯 대부분 지자체가 지방채 때문에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지방채 발행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투자액의 세대간 분담 형평성 등의 긍정적인 측면과는 별도로 지자체의 재정한계내 발행 여부가 문제시되고 있다.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는 지방채 상환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이른바 '빚을 내 빚을 갚고' 있다. 행자부는 최근 4년간 원금상환액이 전체 재정의 20%를 초과할 경우 지방채 발행을 허가하지 않는 등 제재도 가하는 실정. 대구시 경우 지방채 상환비율이 행자부 통제기준인 20%를 넘었다.

하지만 차환공채를 발행하더라도 빚을 갚을 능력이 있다면 지방채 발행은 허용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지하철 건설 경우에서 보듯 대도시별로 국고보조 규모가 차이가 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지방채를 발행,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공무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의존재원, 투명성 확보가 관건

중앙정부는 현재 내국세의 15%를 교부금으로 지자체에 나눠주고 있다. 현 정부는 종전 13.27%에서 지금처럼 올린 것을 생색내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교부율을 18~20%까지 높여야 재정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다르다. 내국세의 교부비율을 높이더라도 전체적인 볼륨(규모)이 적어 그 혜택이 적다는 게 이유다. 오히려 교부금, 국고보조금, 양여금 등 행자부 등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내려주는' 의존재원의 투명성 확보가 더욱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중앙정부가 의존재원을 지자체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로비를 벌이는 것은 스스로 중앙의 통제에 들어가려고 용을 쓰는 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공무원과 학자들은 "의존재원은 '눈먼 돈'이란 성격이 농후해 항상 투명한 집행여부가 시빗거리다"며 "또한 지방양여금은 도로건설 등 사용처를 특정하는 '칸막이 운용'으로 폐해가 많아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예산을 쓸 수 있도록 포괄보조금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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