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겪은 폭설로 인하여 생긴 교통마비에서 우리는 공공재(公共財)로서의 지하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체험했다. 이러한 공공재를 확충하는 것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의 정치도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공공재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함께 이용하거나 혜택을 받는 것들이다. 예컨대 시설로는 공원과 도로가 있고 서비스로서는 치안.국방.환경 및 질서가 이에 속한다. 이와같은 공공재는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중에서도 도로와 철도는 민생문제뿐 아니라 국가경제발전에 긴요한 사회간접자본(인프라)이다.
돌발적인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날 때 지하철이 없다면 도시는 마비될 것이다. 지난 한달동안 필자는 이것을 직접 경험했다. 1월26일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27일 아침 서울로 오는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호텔측은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하여 공항버스의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전해 주었다.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하철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결국 택시로 눈이 쌓인 도로를 힘들게 동경역까지 가서 나리타행 기차를 이용하여 겨우 서울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달 15일 서울에서 이보다 더 심한 눈사태가 생겼을 때도 필자는 지하철이 있었기에 그날 예정되었던 여러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철도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재이다. 우리는 이와같은 대중교통수단을 더욱 더 확충해야 할 것이다. 현재 그것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연결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 교통난은 날로 심화되고 있지만 도로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철도 누적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수단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필수적인 인프라이다. 그런데 우리의 도로·항만 및 공항은 포화상태에 있고 그 결과 엄청난 양의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우리가 한반도를 동북아의 물류중심으로 만들려면 운송·통신 및 관광인프라를 대폭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금년 '한국방문의 해'에 대비할 수 있고 내년의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경제대국인 미.일과 미래의 대국으로 부상하는 중.러 사이에 낀 한반도에서 우리는 경제적 교량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이 땅에 평화와 번영을 다지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도 이와같이 시급하게 요청되는 공공재의 발전에 더 큰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의 교통사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민의 생업은 더욱 위태롭게 될 것이고 국가경제 발전도 지체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또다시 올 수 있는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정치는 이렇게 특정한 개인이나 이익집단을 초월해서 국민 대다수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국가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정치의 본질은 보다 나은 공공재를 마련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권력은 이처럼 국민들이 원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오직 권력 그 자체를 추구하는 정치는 부패하기 마련이다. 선거철이 다가오자 권력을 위한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 이때,국민들은 그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와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인을 갈망하고 있다. 이때문에 정치인들은 무엇보다도 공공재의 개선에 대하여 정책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안병준(연세대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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