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대박

입력 2001-02-17 14:10:00

"야, 담배 사러 가는데도 정장입고, 무스 바르냐?" "그래야지, 난 스타인데"연예인들은 설령 주머니에 땡전 한푼 없더라도 없는 티를 못 낸다. 천성적으로 번지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머리를 살짝 만져도 파마에 염색한 사람만큼 팁을 줘야되고, 곧 죽어도 지하철이나 버스는 못탄다. 가난한 연예인만큼 처량한 것도 없다.

재미난 것은 그렇게 어려워도 마음은 든든하다는 것이다. 노래제목처럼 "언젠가는…"이란 기대 때문이다. 누구는 복권을 왕창 사놓은 것 같다고 했다.

가수 김종환의 경우는 당첨된(?) 경우다. 20여 년 무명으로 지내다 '존재의 이유''사랑을 위하여'가 400여 만장 팔리면서 순식간에 가난을 청산했다. 신곡이 없는 요즘도 공연에 나와 한 두곡만 부르면 500~600만원 받고 밤무대에 출연하면 1천200만원으로 뛴다. 경기도 일산 김대중 대통령 집 옆에 큼직한 집을 장만했고, 차도 몇 대나 굴린다.

영화계에서는 요즘 박중훈의 재테크가 다시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7년 벤처기업(새롬기술)에 투자한 돈이 수십 배 불어나 수십억 원대의 부를 거머쥐더니, 이번에도 주식으로 '대박'을 쳤다. 자신이 주주로 있는 시네마서비스와 로커스 홀딩스의 인수합병으로 신주를 배정 받게 돼 9억9천만 원의 거금을 손에 쥐게됐다는 소식이다."앞으로 박중훈이 투자하는 데라면 무조건 따라가야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친구를 도우려던 것이, 한국영화를 사랑한다고 투자한 것이, 거금으로 돌아왔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묘한 재테크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자신의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행운아들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 드물다. 비닐하우스에 살던 누가 억대 배우가 돼 집부터 샀다거나, 자전거 몰던 무명 배우가 뜨자마자 분풀이하듯 영국산 재규어 스포츠카를 구입했다는 얘기는 늘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평생 큰 돈 한번 못 만져보고 사그라지는 연예인들이 80-90%나 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초보가 아니었던 운전자가 없듯 무명시절을 겪지 않은 스타도 없다. 억대 가수 엄정화도 영화 '마누라 죽이기'에서 싸구려 배우로 출연, 가슴까지 노출한 무명시절이 있었다. 한석규 최진실 이영애 전도연도 마찬가지다.

늘 등잔 밑은 어둡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에 가까울수록 상대적으로 그 부근은 더욱 어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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