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 고풍스런 분위기 물씬한 이곳에 창작의 둥지를 트는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한국화가 박대성씨, 이정씨, 현대미술작가 김영진씨 등 화가들과 소설가 강석경씨, 소설가이자 사진작가인 김대식씨 등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번잡한 대도시 생활을 벗어나 경주에 작업실을 마련했거나 경주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시내 곳곳의 왕릉과 성터, 고찰, 골 깊은 남산과 그 속의 석불들이 빚어내는 고대와 현대의 조화 등 경주만의 독특한 예술적 공기가 작가들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한국화가 소산 박대성씨는 지난 연말 경주시 교동 교촌리의 한옥을 구입, 거처와 작업실을 마련했다. 경주 최부자 집채의 일부로 추정되는 그의 고풍스런 집은 인근에 반월성터를 두고 있고 뒤편엔 계림숲, 앞쪽으로는 남산이 바라다 보인다. 옛 신라인들의 삶의 숨결이 느껴질 듯한 공간.
청도가 고향인 그가 경주 생활을 꿈꾼 것은 20여년전부터. 70년대 중반 활동무대를 서울로 옮긴 그는 틈틈이 경주를 찾아보면서 지난 95년부터 구체적 계획을 세워왔다. 앞으로 서울 평창동 작업실과 경주를 오가며 작업할 계획.
"문화유산을 간직한 경주의 분위기도 특별하지만 도시의 조형성, 지리적 여건 모두 마음에 든다"는 박대성씨는 "앞으로 '남산' 소재의 작품 제작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미술가 김영진씨는 경주에 자리를 잡은지 10년째. 지난 92년 신병 치료차 남산 자락인 경주시 평동 사리에 터전을 잡았다. 맑은 공기 속에서 건강을 회복한 그는 한동안 손놓았던 작업을 5년전부터 다시 시작, 지난해 시공갤러리에서 오랫만에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인간의 몸'에 대한 탐구에 열중하고 있는 그는 요즘도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경로당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석고 마스크를 제작하는 등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산을 오르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강해지는 걸 느낍니다. 남산의 석불들을 보면서 사색이 깊어지는 것도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점들이죠"
영남대 조형대 교수인 한국화가 이정 교수도 조만간 경주에 터를 잡고 작업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역시 경주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자주 경주를 찾고 있으며 경주라는 도시가 감성의 깊이를 보다 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산문집 '능으로 가는 길'을 펴낸 대구출신 소설가 강석경씨가 경주에 자리잡은 지도 벌써 5년이다. '덧없는 인연들을 끊고 달팽이처럼 칩거한다'는 강씨에게 고향같은 느낌을 주는 경주야말로 그의 창작의 모태가 되고 있다. 특히 경주에 산재한 신라 고분은 그의 작품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 그동안 수십 편의 경주 왕릉 관련 논문들을 찾아 읽는 등 치밀하게 자료를 조사하는 등 경주에 흠뻑 빠진 그는 지난 1999년 경주를 배경으로 유물 발굴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내 안의 깊은 계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보씨의 하루'를 펴낸 소설가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한 서울 출신의 김대식씨도 '경주 사람'이 된 지 제법 됐다. 3년째 경주에 살고 있는 그는 소설 쓰러 경주에 왔다가 남산 불상에 매료돼 사진찍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99년과 지난 해 초 남산 골골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경주와 부산, 대구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