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12월 한해 적자만 1천300억원을 내며 빈사상태에 빠진 쌍용투자증권의 대표로 취임한 도기권(44)사장. 영업순자본비율이 -150%로 신용도가 업계 최악인 회사를 맡은 도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구태의연한 회사 이름을 바꾸는 일이었다.
'굿모닝 증권'
'깨끗한 아침같은 증권사, 투자의 밝은 길을 제시하는 기업, 투명한 경영으로 고객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의 '굿모닝'을 브랜드화한 것이었다.
수개월 뒤 이 회사의 브랜드 인기는 상종가를 쳤다. 지명도가 4%에서 8%로 2배나 뛰었고 고객 인지도는 20% 이상 상승했다. 이때부터 도 사장에게는 '금융 마케팅의 귀재'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게 됐다.
도 사장은 회사경영에도 서구형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접목해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증권가가 호황일 당시 타 증권사들은 지점을 수십개씩 늘였지만 굿모닝증권은 영업실적이 저조한 지점을 과감하게 6개나 패쇄하면서 내실을 다져나갔다.
고객들이 전화로 트레이딩할 수 있는 콜센터 운영 부문에 있어서는 본사에 130명 전담요원을 배치해 월 100만통을 소화하게 한 반면 63개 지점에 있던 담당직원은 50% 이하로 줄였다.
또 온라인 트레이딩 전문 브랜드인 'goodi'를 출범시켜 3개월만에 고객 계좌수를 6만개에서 12만개로 늘였고 지난해 7월에는 펀드운용 내역을 100% 공개하는 금융상품 '산타클로스'를 개발해 대히트를 쳤다.
사내에서는 직원들에게 캐주얼 복장과 휴가, 월차 등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8억원을 들여 인터넷 사내 게시판과 전자결재시스템을 설치해 자유로운 직장분위기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취임한 지 불과 2년 남짓. 굿모닝증권은 지난 9개월동안 779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국내 정상의 증권사로 거듭났다.
회사규모(직원 1천700명)는 대재벌 증권사의 절반 수준으로 국내 35개 증권사 중 약정점유율이 7위에 불과했지만 수익은 3위에 랭크됐다. 영업순자본비율도 500%로 최고가 됐다.
도 사장은 40대에 일약 국내 최고 증권 전문경영인이 된 성공비결을 '전문성'과 '주인의식'으로 설명했다. 미국 유학시절 전공했던 금융마케팅을 적극 활용, 금융상품을 과자나 화장품, 커피처럼 브랜드화한 것이 적중했다.
여기에다 도 사장은 "3번의 관운도 따랐다"고 덧붙였다. 시티뱅크 입사 2년차이던 86년 당시 기업금융 대신 소매금융 실무를 봐온 덕택에 이태원지점장으로 전격 발령나 초고속 승진의 계기가 됐고, 외국계 기업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불도저식 스타일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 또 98년 IMF 경제위기를 지켜본 쌍용투자증권 외국계 대주주들이 국내 금융구조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 외국계 은행 출신을 사장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도 사장은 "지난 84년 미국 유학시절 부유했던 집안이 부도가 나면서 체험했던 고생들이 사회생활의 원동력이 됐다"며 "자동차 브랜드 BMW처럼 규모보다는 최고의 가치를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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