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할인점.패션몰 공급과잉 징후

입력 2001-02-09 15:00:00

백화점과 재래시장이라는 기존 소매 유통업 형태가 할인점, 패션몰 등 새로운 유통업태 등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 속에서 점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 공급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과잉공급 논란 속에서 지역업체들은 시장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거대 자본을 동원한 국내외 대기업이 지역 시장 확대를 선언하고 있어 업체간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잉 공급 속에서 업체간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부분은 할인점이다. 현재 대구 시내에 매장 면적 1천평 이상의 할인점은 홈플러스, E마트, 까르푸, 델타클럽 등 11개 점포. 이들 점포는 지난 한해동안 적게는 350억원에서 많게는 2천400억원에 이르는 매출실적을 올렸다.

소매 유통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앞으로 시장을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홈플러스와 E마트가 내년 말까지 대구 시내에 3~4개의 점포를 추가 운영하고 미국 할인점 월마트가 2개 점포를 추가 개장한다. 롯데백화점의 할인점인 마그넷도 2~3개를 더 개점한다. 내년까지 대구에는 최소 20개 이상의 대형 할인점이 영업을 한다. 이런 규모라면 대구 인구가 400만명은 돼야 대형 할인점이 공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할인점 관계자들은 "지금부터는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외형 키우기보다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가 문제"라며 "벌써부터 국내외 대기업간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할인점 시장 변화 못지 않게 99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패션몰도 상황이 나을 게 없다. 갤러리존, 엑슨밀라노, 베네시움, 대구디자이너크럽이 문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시내 일반 의류점과 달리 점포를 밀집시킨 이들 패션몰은 상당수 점포가 예상을 밑도는 매출액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업 중인 패션몰이 2천개 안팎의 점포를 갖고 있지만 올 하반기 밀리오레를 시작으로 스펙트럼시티, 인터베네시움 등이 예상대로 개장하면 추가 점포가 4천개를 훨씬 웃돌게 된다. 공존보다는 '적자생존' 현상이 곧바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패션몰이나 신규 개점 예정인 패션몰 사업자들이 자기 점포만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시장 현실이 따라가지 않고 있다.

패션몰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 전체에 있는 의류 점포가 9천개 정도인데 대구 시내 패션몰이 6천개 이상 영업하게 되면 공급 과잉문제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점포 과잉공급 문제는 내일 문제가 아니라 오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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