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모니터들의 TV 다시보기-보기 민망한 '오락성 토크'

입력 2001-02-03 14:17:00

근년 들어 '오락성 토크'라는 장르가 판치고 있다. 영어 'talk(토크)'는, '이야기, 좌담'이나 '객담, 쓸데없는 이야기'로 번역된다. 토크쇼는 대개 사회자와 초청인사가 1대 1로 주고받는 좌담을 말하지만, 요즘'서세원 쇼''夜! 한밤에'등에서 연예인들이 주고받는 '토크'는 객담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30일 밤 11시 KBS 2TV '서세원 쇼'에서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주제로 '10대 토크왕전'이 벌어졌다. 김한국, 홍경민, 강병규, 코요테의 김구.김종원.신지, 소방차의 정원관.이상원, 안재환, 김미진 등 10명이 출연했다.

이 쇼의 제작 의도는 '온 가족이 편안하게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청자 대부분은 출연자의 나이 어린 팬들이다. 이 쇼는 본질적으로 질 높은 이야기를 추구하는 것보다 시청률 관리에 더욱 급급해 보이고, 어린 팬들은 이야기 내용은 불문하고 서로 자신의 우상이 쇼에 나와주기만을 경쟁적으로 기대한다. 나이 든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형태의 토크쇼가 편안하기는커녕 곤욕스러울 정도다. 우습지도 않은데 짐짓 우습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MC부터도 그렇고 시선을 끌려 애쓰는 출연자, 수시로 터져나오는 방청석의 괴성에다 시시때때로 화면을 가리는 자막까지 시청자들을 식상케 한다.

이 날은 차례가 여러 번 돌아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사람(신지)도 있어 보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심지어 마지막에 토크왕을 지명할 때 한 사람(강병규)은 자리에 없기조차 했다. 이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KBS 게시판에 빗발쳤는데, 30일 밤부터 2월 1일 오후 2시 사이 올라온 글 640건중 MC 서세원에 대한 비판이 50여 건, 성폭행사건 연루자를 출연시킨 데 대한 비난이 50여 건, 출연 예고된 가수를 출연시키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 50여 건이었으며, 격려하는 글은 단 3건밖에 없었다.

토크의 질은 토크 참가자의 경험과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서세원 쇼'는 보다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지역의 일반인들도 참여시켜 생활 속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출연자, 시청자가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최영자(glsarang@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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