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어느 간호장교의 '고발'

입력 2001-02-02 14:33:00

임진왜란 때 이 땅에 상륙한 것으로 알려진 담배는 '심심초'라는 이름으로 삽시간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호품이 됐다. 지체 높은 대갓집 어른들은 장죽에다 질좋은 황엽초를 눌러담아 피웠다. 상민들은 한뼘 남짓한 곰방대에다 '막 담배'를 피웠고 형편이 어려우면 호박잎이든 뭐든 잎 말린 것을 피워됐다.

▲요즘도 TV사극 같은데서 가끔 보이지만 장죽을 두드리며 '어흠' 뱉은 기침을 하는 기걸찬 대갓집 어른들의 모습은 당시 아랫것들에게는 선망의 표적이었고 어찌보면 권위의 상징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인가. 요즘처럼 영악스런 시대에도 담배피우는 사람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세계평균 흡연율이 47%인데 비해 우리의 흡연율이 66.3%라니 이건 도대체 말이 안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서 11억명이 흡연을 하고 있고 이 가운데 해마다 350만명이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쯤되고 보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0여종의 발암 물질과 4천여종의 독성물질을 담고 있는' 담배로부터 국민을 구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 당연하단 생각도 든다. 국민 건강 증진이야말로 담배 세(稅)수입과는 비교가 안되는 국익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국군간호장교 정모 소령이 무분별한 실내 흡연을 계속한 군의관 2명을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한 사건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정 소령은 병원장 명령으로 흡연이 금지된 병원내 회의실과 사무실등에서 흡연을 계속한 것은 상관의 명령, 지시위반이고 또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쳤기 때문에 상해죄에 해당된다고 고소장에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하면서 예사로 생각하고 피워 대던 군의관들 입장에서는 느닷없이 명령위반에다 상해죄까지 겹치는 중죄(?)를 따지고 나선 정 소령이 야속하기까지 할법도하다. 그러나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 흡연자 옆에 있을때 30%의 흡연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정소령의 '상해죄'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창군이래 여군 장교가 처음으로 벌인 당찬 '도전'의 귀추가 어떻게 나올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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