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참회로 대희년 맞이

입력 1999-11-19 14:11:00

2000년 대희년(大禧年)을 앞두고 천주교계에서 의미있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교회의 반성과 미래를 전망해 보는 심포지엄과 세미나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사목연구소 주최 '한국천주교회사에 대한 대희년 심포지엄'은 한국 천주교의 역사적 과오를 참회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동안 천주교는 구 한말 한국땅에 뿌리를 내리면서 민족 정서와 많은 갈등을 빚었다. 서양선박의 파견을 요청하거나 제사를 금지하면서 야기된 토착 정서와의 갈등, 민족 운동에 대한 소극적 태도, 신사참배 허용등은 한국 천주교회의 큰 오점으로 남아 있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반성과 참회로 대희년을 새롭게 출발하려는 천주교계의 의지가 표출된 토론회였다. 참석자들도 준엄한 평가를 통해 신랄한 '자아 비판'을 했다. 원주교구 교회사연구소 여진천신부는 "1796년과 1801년 천주교회 지도자들이 서양 선박과 병력을 요청하는 서한을 중국 베이징의 주교에게 보낸 것은 신유박해를 확대시킨 결과를 낳았고, 조선의 입장에서는 반민족적인 협박이었다"고 평가했다. 가톨릭대 장동하교수는 "개항때 들어온 프랑스 선교사들이 민족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야만시했다"며 "이에 따라 주민의 반발을 샀다"고 지적했으며 인천가톨릭대 최기복교수는 "제사금지 조치는 천주교를 '패륜의 사교(邪敎)'로 낙인 찍히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당시 교황청의 선교정책을 비판했다.

또 한신대 강인철교수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신사참배를 허용하고 태평양전쟁 참전을 독려한 것은 반민족적, 반가톨릭적인 과오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13일 가톨릭대 신학대학 사목연구소가 개최한 '삼천년기 한국교회 그 전망과 과제' 세미나는 새 천년기에 한국 천주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학술행사였다.

가톨릭대 임병헌신부는 "새 천년의 교회는 세상 속에서 구원을 중재하는 교회, 세상의 고난에 동참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가톨릭대 손희송신부는 "평신도, 성직자 모두가 그리스도의 일꾼이며 도구임을 자각하고 순명, 겸손을 지닌 공동체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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