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에 빠진 남편과의 대화 요령

입력 1998-10-09 14:03:00

가정에서 아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다.

정리해고다 감봉이다 해서 실의에 빠진 남편을 대할 때면 말한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러워진 것이사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요즘 남편과의 대화요령은 무엇일까.

먼저 그동안 남편의 공로를 인정해주라. 일상에서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서라도 가족부양을 위해 청춘을 바친 남편의 공로를 알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조심스럽게 경제문제를 의논하라. 실직하면 더욱 그렇지만 급여가 깎여서, 직업을 잃어서 벌어오는 돈이 줄거나 없어지면 남편들은 더욱 기가 죽기 마련이다. 이때 '이제 당신이 돈을 벌 수없으니 내가 나서겠다'는 얘기는 든든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예민해진 남편이 더 무능력하게느끼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보다 '당신은 가족들을 위해 고생했으니 조금 쉬어도 된다. 그동안 내가 아이들과 내 밥벌이라도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훨씬 좋다.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에 나설 때도 마찬가지다. 당장 물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급급하다 부부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내의 취업을 찬성했다 늦게 귀가하거나 피곤해서 짜증을 내는 부인을 보고 화를 낼 수도 있으므로 대화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한다.

셋째 남편의 상실감이나 울분에 공감해주는 것이 좋다. 자기표현에 서툰 경상도 남자들. 가슴 속의 갈등을 묻어두면 자칫 정신질환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남편의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이를 충분히 들어주며 조금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맞장구를 쳐준다. 특히 남편이 새로 시작하려는 일이나 계획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새로운 사업의 전망이 어두워 보여도 일단 동의하고 나중에 별도의 방법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이 실의에 빠진 남편을 위해 이상적인 대응을 한 것으로 꼽는 주부 이모씨. 남편이 실직하자 컴퓨터와 책상, 비디오, 오디오세트 등을 작은 방에 모아 사무실처럼 꾸며 실업자가 아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불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이 나빠질 것을 염려해 등산등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개발하고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것도 남편의 기를 살리는 이씨의 비결이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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