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관광도시 멀었다

입력 1998-09-14 00:00:00

12일 광주에서 온 김응호씨(35) 일가족은 숙소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대부분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금이 빠듯해 몇군데를 더 돌다가 결국 보문관광단지내 호텔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전모씨(58)는 며칠전 특급호텔이 직영하는 음식점에서 카드조회기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현금을 요구해 곤욕을 치렀다. 두사람 다 "이건, 도저히 관광도시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또 일부 온천목욕탕은 엑스포를 맞아 단체할인권을 발급해 놓고 손님이 몰리는 휴일은 할인권을 받지 않아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엑스포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장삿속 잇속챙기기'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번 엑스포를 기해 내놓은 기념품들도 경주 고유색깔의 전략상품이 없고 또 상품의가격도 비싸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있다.

13일 엑스포 행사장내 몇몇 기념품판매업자들은 마스코트 '화랑이' 봉제인형을 반품키로 결정했다. 중국에 하청을 주면서 '중국제(Made in China)'라 기재돼 소비자들의 원성이 컸기때문이다. 또 안동 하회탈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악한 것들에다 가격도 안동 현지에 비해두배나 비싸 관람왔던 안동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오히려 풍물광장의 외국상품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몰려 대조를 이뤘다.

기념품판매업자인 김형기씨(50)는 "경주엑스포가 관광상품 개발 없이 외국 상품을 알려주는홍보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관계자는 "한지공예나 토기등 지역의 소재를 이용한 관광상품 개발이 아쉽다"면서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엑스포를 통해 더욱 성숙된 문화도시,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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