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아틀리에' 늘어난다

입력 1998-05-28 14:12:00

싼 임대료에 전원의 정취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아틀리에.

작가들의 얇은 주머니가 더욱 휑해진 요즘, 폐교(廢校)를 이용한 공동작업실이 IMF시대 작가들의 작업실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아직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IMF한파로 인한 임대료부담으로 작업실을 없애는 예가 늘어나는 요즘 적은 부담으로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폐교가 작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대구작가들중 폐교를 공동작업실로 사용하는 경우는 대구시 동구 형광동 평광분교와 군위군우보면의 봉산초등, 고령군의 연조초등 정도.

폐교작업장은 대체로 대학을 공통분모로 모이는 것이 특징. 지역에서 가장 먼저 96년초 문을 연 평광분교의 평광현대미술원은 서양화가 이동진교수(경북대)를 원장으로 하여 서양화가 박석순 조태현 유재하 김경환 한춘현 최영균씨, 한국화가 김부연 전종표 박송춘 김종찬이동훈씨, 조각가 박우열 박재규씨 등 경북대 예술대출신 작가 10여명이 한데 모여 있다.모두 8개의 교실중 7칸을 혼자 또는 두명이 공동으로 사용한다. 나머지 1칸은 자기작업실을갖지못한 4~5명이 함께 사용하는 오픈공간. 빈 교실이 나기를 기다리는 대기소와도 같다.한 교실을 혼자 쓸 경우 연 1백만원선, 두명이면 연 60~70만원선. 같은 면적의 시내 개인작업실에 비해 임대료가 절반 가까이 싸다.

우보의 폐교작업장은 계명대출신 작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판화가 조혜연 박철호 성기진 서영찬씨와 입체작품을 하는 박종규씨 등 5명이며, 임대료는 1인당 연 50만원선이다. 고령쪽은계명대 및 영남대출신인 서양화가 강호숙씨, 조각가 김성수. 윤명국씨 등 5명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1주일에 2~3차례 우보의 작업장에 간다는 판화가 박철호씨는 "거리가 멀긴하지만 경제적 부담적고 조용해서 방해도 받지않는 폐교가 IMF시대 작업장으론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한국화가 이효순씨도 "기회만 되면 시골 폐교를 작업장으로 사용해보고 싶다"며 작업실 사정이 여의치 못한 작가들중 폐교작업장을 선호하는 예가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급속한 이농현상으로 현재 경북지역의 폐교는 무려 3백개정도. 대구에서 1시간내 거리의 폐교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관할 교육청이 관리문제 등을 이유로 신청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해 작가들이 아예 엄두를 못내는 실정. 신청절차를 간소화해 작가들의 주머니 사정도 덜어줌으로써 창작의욕을 북돋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IMF시대 작가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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