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홈페이지 운영

입력 1998-03-26 14:00:00

그에게선 의사 특유의 포르말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알이 두꺼운 안경도 없었다. 연구실에는 의학서적과 컴퓨터 서적이 벽면 세개를 사이좋게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한쪽 벽에는 컴퓨터 2대와 스캐너, 프린트기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경북대병원 치료방사선과 김재철교수(36). 스스로를 얼치기 프로그래머라 소개하지만 경북대병원홈페이지를 1년여동안 혼자서 운영해오고 있는 현역 의사다.

"재미있잖아요"

기자의 호기심어린 질문을 이 한마디로 일축한 그는"도와줄 사람이 별로 없어 자료수집과 섭외,프로그래밍, 편집까지 모두 혼자 해내야해 사실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 87년. 의사생활 가운데 가장 피곤하다는 인턴을 시작하면서부터 였다. 타자기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깨끗하게 글씨가 찍히는 컴퓨터를 보고 호기심에 8비트 컴퓨터를 구입한 것이 계기.

하루종일 응급실과 병실을 돌고 야간근무까지 마친후 무거운 눈꺼풀로 돌아오는 새벽, 그는 외도(?)를 시작했다. 학원갈 시간이 없어 책으로 베이직(Basic)부터 배워나가면서 프로그래밍에 몰두했다. 하루 수면시간이 4시간이 안되고 밤을 꼬박 새는 날도 많았다.

그러기를 7년여. 지난 94년 인터넷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루를 더욱 더 쪼개써야 했다. 개인 홈페이지까지 만들며 전문가가 돼 갔지만 아쉬움도 갈수록 커졌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편리함을 혼자만 누리기는 아까웠던 것. 우선 주위 교수들에게 E-mail(전자우편)의 편리함부터 설득해나갔다.소문이 번지자 지난 96년10월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라는 병원측의 제의가 있었고 두달후 인터넷에자신이 만든 경북대병원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그의 작업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현재 개설된 병원 홈페이지의 대부분이 자체제작이 아닌 컴퓨터전문업체에 의뢰해 만든것이기 때문. 개설에 맞춰 김문규, 김종열 교수와 함께'경북대 교수를 위한 인터넷 입문서'도 만들었다.

인터넷 진료상담에 응하기 위해 각과 교수들과 E-mail을 주고받고 새소식을 구하러 직접 뛰어다니면서 경북대병원 홈페이지를 지켜온지 1년여.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E-mail과 게시판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몸에 뱄다. 진료 틈틈이 컴퓨터 앞에 앉다보니 하루종일 쉴 틈이 없기는 인턴때나마찬가지. 하지만 갈수록 교수들과 직원들의 인식이 나아져 피곤한줄 모르고 지낸다. 얼마전에는멕시코에서 아이를 진단해달라는 E-mail이 들어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오후 진료준비를 하면서 그는 앞으로도 할일이 태산이라고 했다. "병원보도 올려야 하고, 은행과협의해 진료예약도 가능하게 해야 하고…" 그 가운데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아들 성진이(8)부터 인터넷에 능숙하게 만드는 일이다. "나는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친하게, 인터넷에 익숙하게 해주고 싶어요. 인터넷이야말로 가장 좋은 공부방이자 정보의 창고니까요"컴퓨터 마니아라 불리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의사. 김교수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정보화의 첨병을 맡고 있는 마니아가 많아질수록 국가회생도 한층 빨라지리라는 기대가 스쳤다.〈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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