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휴업으로 해고 칼바람 피해

입력 1998-03-26 14:30:00

경북 경산시 진량공단 내 조방산업(대표 주은영)은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를 맞이한 학교마냥 자못 들뜬 분위기다. 혹독한 IMF 칼바람 속에 아직 1명도 해고하지 않은 기업. 남다른 경영기법이 있어 불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부당해고가 겁나 감히 '목을 칠' 엄두를 못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건설업체에 아파트 난간용 철구조물 등 각종 철제품을 납품하는 조방산업은 연간 매출액 2백억원대를 자랑하는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불황과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로 위기가닥쳐왔다. 70여명 식구들 모두 불안감에 휩싸였다.

간부들은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았다. 해고는 처음부터 생각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함께 살 수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결국 겨울만 견디면 희망이 있으리란 판단이 섰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묘책이 바로 '부분 휴업'. 이럴 경우 휴업 근로자들에겐 평균 임금의 70%를지급해야 한다. 일거리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주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조방산업 같은 중소기업에겐 노동부가 휴업수당의 절반을 지원한다.

조방산업이 근로자 30명에게 늦깎이 겨울방학을 주면서 노동부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2천7백여만원. 융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자도 상환기한도 없다. 단지 그간 납입해 온 고용보험료의 혜택을 누리는 것일 뿐이다. 휴업수당으로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평상시 받는 월급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금액을 받기도 했다. 관할 노동사무소 고용보험과에 필요한서류 2~3장만 제출하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임금의 절반이 나오고, 매달 휴업상황을 서면으로알린 뒤 임금을 정산하면 된다.

조방산업 박동춘 총무과장(39)은 "어렵다고 해고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며 "모든 방법을 다동원해도 안되면 그제서야 해고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부분 휴업에 들어갔던 조방산업은 3월로 접어들며 정상가동을 시작했다.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결력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작업장으로 향하는 근로자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 보인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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