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자진사직 는다

입력 1998-01-20 14:40:00

IMF한파에 이어 정리해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명예퇴직.자진사직 등 실리가 높은 쪽을 미리 선택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유리한 명예퇴직의 경우 최근 신청서를 받은 금융권, 공기업 등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경우 20년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한 1/4분기 명예퇴직신청에 2백68명이 응했고,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들어서만 12명이 신청해 작년 한해 명예퇴직자 7명을 넘어섰다.

정리해고 도입이 임박한 금융권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이 돌면서 신청자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제일은행 등 정리해고가 기정사실화된 금융기관의 경우 명예퇴직금이 평균임금 6개월~1년분에 불과하나 신청자가 쇄도했다. 일부 건실한 은행은 구조조정 차원의 명예퇴직을 단행하면서 두둑한 특별퇴직금을 지급, 신청자가 기대치를 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재경원의 경고에도아랑곳없이 최고 수억원대 명예퇴직금을 지급키로 해"여신을 동결해 우량기업까지 도산시키는 은행들이 노사간 실속만 차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명예퇴직이 없어도 경영상황과 정리해고를 우려, 자진 사직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장기 근속자들을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여건 악화로 임금이 삭감되는 기업체 장기근속자들의 경우 퇴직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되자 상당수가 삭감 전 사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영위기에 처한 업체 장기 근속자들은 도산할 경우 퇴직금 우선변제권이 길어야8년4개월분(평균임금 2백50일분)밖에 보장되지 않는데다 경매. 배당 등 청산절차 진행에 1년이 넘게 걸려 도산 전 사직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

한 노무사는"도산으로 장기간 퇴직금을 못 받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미리 그만두는게 낫지 않느냐는 문의가 많다"며"현 상황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 해당여부, 재취업 또는 창업가능성 등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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