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대구 한가운데를 남에서 북으로 가르는 신천이 현재와 같은 물길을 잡기 전 대구는 유난히하천이 많은 도시였다.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는 대명천, 달서천, 범어천 등. 개울이라 불러도 좋고도랑이라 불러도 좋은 여기서 아낙들은 빨래를 하며 세상살이에 찌든 때를 씻어냈고 아이들은 헤엄을 배웠다. 하지만 이 하천들은 도시개발을 거치며 점차 오염돼 콘크리트 아래로 묻혔다.대구시내 대부분 하천은 90년대 초까지 모습을 감췄다. 대구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관통하는 이천천, 달서천, 남산천, 칠성천과 앞산 큰골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는 대명천, 신천과 금호강 합류지점 부근에서 시작해 서쪽 제3공단과 비산염색공단을 지나는 공단천 등. 지금은 모두 콘크리트도로만 휑하니 남아있다.
최근엔 달서구 진천천이 4차순환선 개통이란 대세에 밀려 모습을 잃고 있다. 진천천 복개는 하천바닥까지 콘크리트로 발라버리는, 말 그대로 '하천의 하수구화'. 수성구 범어천도 복개가 시작됐다.
60년대 말 시작된 하천 복개는 도심정비와 도로신설이란 명분 아래 무차별적으로 진행돼 왔다.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하천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오히려 각 지방단체들은 앞다퉈 하천을생활하수가 흐르는 '구거'로 용도변경한 뒤 서둘러 콘크리트 도로로 바꿔나갔다. 게다가 복개가진행 중인 범어천이나 진천천 등은 미리 도시계획 수립과정에서 도로로 지정, 도심 하천을 지킬수 있는 유일한 보호망인 하천정비기본계획을 빠져나갔다.
문제점-복개천은 생활하수의 집결지다. 공장폐수도 들어온다. 복개천에 모인 오폐수는 신천과 금호강은 물론 낙동강으로까지 흘러든다. 처리시설은 어디에도 없다. 환경전문가들은 하천별, 지역별 소규모 처리장 설치를 서두르지 않는 한 신천과 금호강, 낙동강 수질개선은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엔 복개도로가 과연 제구실을 하는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복개도로가 기존 간선 및 지선도로와 교차로 형식으로 연결돼 있는 곳은 드물다. 대명천, 달서천, 남산천, 범어천 복개도로 대부분이 이미 노상주차장으로 변해 지방단체들의 주차장 수익 확보에만기여하는 형편이다. 범어천 복개도로 가운데 범어천주교회 부근은 지난 8월부터 수성구청이 아예지하철 2호선 강재야적장으로 임대를 내 주었다. 때문에 양편 주차공간을 빼고도 4차로에 이르는넓은 도로가 양방향 교행도 어려운 형편이 됐다.
근본대책-환경론자들은 도심 하천을 바라보는 당국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한다.하천을 도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자연풍경이 아닌 하수도로 본다는 것. 당장 냄새나고보기 싫다고 무조건 덮어버리는 60, 70년대 관행 그대로다.
그러나 결국 복개천은 하천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 도시공학자나 환경론자들의 중론이다. 이웃 일본도 60, 70년대 무분별하게 콘크리트로 뒤덮었던 도심 하천들을 다시 되돌리려는 노력이한창이다.
그러나 대구시의 하천살리기 노력은 그야말로'안보이면 그만'이다. 하천을 덮은 콘크리트를 걷어내기는 커녕 복개도로를 넓히거나 낡은 콘크리트 도로를 개체하는데만 급급하다. 남구청은 대명천 복개구간 중 대명9동 사무소 뒤편 3백80m를 올해 안에, 대명10동 파크맨션 뒤편 4백m 구간을내년 중에 뜯어 고칠 예정이다. 중구청도 달성공원 앞 남산천 복개도로를 내년 중에 개체할 계획.영남대 환경공학과 이철희 교수는 "도심을 흐르는 복개천은 몸속에 흐르는 썩은 핏줄과 마찬가지"라며 "늦어도 10년 뒤엔 모두 뜯어낼 복개도로를 계속해 신설하는 우둔한 행정은 이제라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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