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속임수 정치개혁 입법

입력 1997-11-01 15:16:00

우리 정치권은 그렇게도 '돈 쓰는 정치'의 단맛을 벗어던지기 어렵다는 것인가. 31일 국회에서 통과된 정치개혁입법안은 사조직 금지, 옥외 연설회 금지, 떡값 처벌조항 신설등 획기적인 제도적장치를 마련했지만 기습적으로 후원금 한도액을 2배로 인상, 국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사실상돈 안쓰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을 헌신짝처럼 팽개쳤다.

정치개혁특위는 곡절 끝에 고비용 정치의 큰 요인으로 지목돼왔던 사조직의 선거참여와 옥외연설회를 금하고 떡값 처벌조항을 신설키로 합의함으로써 한보사태이래 국민적 여망인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의 기틀을 마련하는듯 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그동안의 특위합의가 정치자금의 투명화에는 실패 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그나마 고비용 정치의 부담을 없앴다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게 사실이다.그런데 특위에서 타결된 개혁입법안이 여야 각당의 보고과정에서 갑작스레 변질, 후원금 2배인상과 4급 보좌관직 신설조항을 삽입시킴으로써 사실상 정치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셈이 됐다.이처럼 개혁특위의 협상과정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은 이들 조항이 막바지에 끼워넣어진 것은여야의 중진의원들이 계보관리등의 필요성을 감안, 떡값처벌을 명문화하는대신 '후원금 2배인상안'을 관철했다니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정치자금에 연연하는 정치권 모습에 이제 역겨움을 느낄뿐이다. 따지고보면 처음부터 여야는 국민여망에 떠밀려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을 위한 특위를 만들고 협상에 나섰을뿐 속내는 당리당략에 따라 눈가림식 협상으로 일관했었다.

지정 기탁금제를 철폐하자면 여당이 반대했고 떡값처벌 조항을 신설하자면 이번엔 야당이 반대,차일피일 시간만 끌었다. 여당의 양보로 지정기탁금제가 철폐되고 떡값 처벌조항을 넣게됐지만정치자금의 기득권이 못내 아까운듯 이를 포기하는 대신 '친척이 주는 떡값은 예외'라는 도피구(?)와 4급보좌관제 신설의 프리미엄을 마련, 한심한 작태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여야는 온 국민의 눈길이 불안한 경제와 대선정국에 쏠려있는 동안 기습적으로 연간 2천2백억원까지 모금이 가능하게끔 후원금 한도액을 인상했으니 지난 10개월여에 걸친 협상이 허망할 따름이다.대선의 법정한도액이 3백억원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후원금을 2천여억원이나 거두겠다는 여야정치인의 뱃심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여야는 후원금조항을 이번 국회에서 다시 바르게고치고 뜻있는 시민과 단체들은 이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할 때가 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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