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강주석 방미와 4자회담

입력 1997-10-27 00:00:00

중국의 강택민(江澤民) 국가주석이 26일 미국을 국빈방문, 8일간의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방문은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인권문제등에서 어정쩡하게 유지되던 양국관계를 우호관계로 전환하는데 큰 뜻이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구 소련의 붕괴이후 서쪽의 기존 축인 미국과 동쪽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서로 만나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게 된다는 것에 더 큰 뜻이 있는것 같다.

강주석은 떠나기에 앞서 '경제사회문화에 관한 국제협약'에 서명할것임을 밝혔고, 미국도 이란에대한 핵지원을 제한하겠단 합의를 받아낸후 '대중(對中) 원자로 기술수출의 길을 열어 주겠다'는정보들이 이미 외교가로 흘러나오는 걸 보면 미국과 중국은 사전 협의와 조율을 거쳐 이번 만남을 갖게 된것이다.

사실 이번에 성사된 미·중회담은 양국의 오랜 묵언끝에 이뤄졌느니 만큼 서로가 털어놓고 할말은 많지만 쉽게 결론은 얻지 못할 그런 사항들이 많다.

우선 미국은 인권·환경문제, 과다한 무역흑자 시정, 대(對)이란 핵무기수출, 공해상의 군사적 충돌 방지,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중국내 법적 체제의 정비문제등 대소사항이 10가지가 넘는다. 이모두가 중국측으로선 쉽게 수용하기 힘든 것이다.

또 중국은 미·일 방위지침 개정에 따른 일본군의 대만해협 진출, 천안문사태이후 묶여있는 경제제재 철폐, 미 의회내 반(反)중국 결의안 채택 움직임의 저지등 3가지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도 어느것 하나 클린턴 행정부가 쉽게 약속할 수 없는 난제들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이 문제를 문제로 두지 않고 해답을 구하는 실질적인 장(場)이 됐다는 것만해도 성공적이라 할수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로서는 이번 미·중회담의 필수적인 의제로 한반도문제가 거론되며 현안으로떠있는 4자회담문제의 논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양국정상이 4자회담을 '한반도평화문제를 논의할 유일한 구조'라고 선언만해도 그 의의와 효과는 작지않을 뿐더러 북한이 받게되는 압박은 상대적으로 크리라는 전망이다.

동서의 양대 축이라고 일컬을 만한 양국의 만남은 반드시 인류의 공동선(善)을 모색하는 자리가되어야 하며 나아가서 다음 세기의 평화와 안정을 논의하는 그런 회담이 되어야 한다. 패권다툼이나 국가이기주의를 앞세워 반목과 대립을 계속해서는 안된다.

마침 북한의 김정일이 총비서로 취임한 이후 4자회담에 긍정적 태도를 표명한 만큼 양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을 기회로 진정한 의미의 4자회담이 될수 있도록 공동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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