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거의 사라져버린 지금, 유럽과 북미대륙간에 때아닌 자본주의 색깔논쟁이벌어지고있다. 논쟁의 주인공은 미국과 프랑스. 사건의 발단은 최근 프랑스가 이란과 20억달러짜리 천연가스개발계약을 체결,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데서부터 출발했다.
가뜩이나 좌파정부가 들어서 기존 미테랑대통령의 친미정책에 금이 가기시작해 이래저래 불편하던 미국은 이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 제재를 가해야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않았다. 리오넬 조스팽총리는 예상외의 강수를 들고 나왔다. 조스팽총리는 최근 미국은 국내법으로 세계를 통치하려한다고 비난하면서 그러한 '패권주의'는 용납할수없다고 선언, 프랑스인들의 반미 감정을드높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식 자본주의는 '초(ultra)자본주의'로 정통성을 결여하고 있다며미국을 몰아붙이고있다.
3개월전 미국 덴버에서 선진 8개국정상들이 참가한 G8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경제의 우수성을 은근히 자랑했다. 러시아붕괴이후 유럽은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식 경제를 본받아야한다며'슈퍼 아메리카'를 과시했으나 유럽정상들은 대부분 고개를 돌렸다. 역사적으로 볼때 자본주의의정통성은 유럽쪽이 갖고있는데도 미국이 자존심을 상하게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감정들이응어리가 돼 최근 조스팽의 입을 통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주의 논쟁으로 프랑스는 미국의 새로운 이데올로기 라이벌로 등장했다. 구 소련과는 달리 프랑스경제는 미국쪽에 훨씬 많이 닮아있지만 자본주의에 있어서는 성격이 달랐다. 문제는 미국은 '자유'를 추구해온 반면 프랑스는 '평등'을 추구한 자본주의라는 점이다. 그래서 프랑스는 미국보다 우위에 있는 분야가 많다. 사회안전성, 최저임금소득, 직업보장제도, 낮은 범죄율등은 미국이흉내조차 낼수 없는 부분이다. 반면 실업률은 12.6%%, 미국의 곱절이나 된다. 높은 조세부담률,장기적인 경기침체, 왜소한 벤처자금, 특히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주의적인 기질등은 프랑스로서는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서 이 두 자본주의중 어느것이 과연 우수한가가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자본주의에 손을 들지만 프랑스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과거 소련의 복사판이라고 생각하고있다. 즉 도시빈민굴, 넘치는 죄수들, 임금수준은 고작 프랑스의 19세기수준에다 경제우위성을 앞세운 오만성등이 못마땅한 것이다. 프랑스 외무장관 유베르 베드린은 최근 "프랑스는 결코 세계의 중심에 있지않다. 그러나 그것이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는 정상적이고 냉정하고 유익한 관계를 유지하기위해 노력할 뿐이다"라고 했다.특히 프랑스의 반미감정은 문화적인 요인에도 기인한다. 프랑스 국민들은 미국을 영국과 독일과같은 선상에서 이해하지 않는다. 야구모자를 뒤집어쓴채 농구화를 신고 아메리칸 음악을 들으며흔들고 다니는것이 미국아이들이라는 선입견을 갖고있어 지식인들이나 정치인들은 미국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상한 건 미국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스팽총리가 주당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35시간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을때 미국국민들은 실소를 금치못했다. 실업자들에게 취업기회를 주기위해 이같은 정책을 취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웃기는 일이기 때문이다.이처럼 자유가 우선이냐, 평등이 우선이냐는 해묵은 색깔논쟁이 20세기말에 또다시 등장했다는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수없다. 그러나 조스팽의 이같은 정책은 고도의 외교전술이라는 국제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약간의 극약은 오히려 몸에 이롭듯 '안티-아메리카' 카드로 그는 국내의 어려운 문제를 희석시키고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려는 고육지책을 쓰고있는지도 모른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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