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비 연중 강우량 40퍼센트로 늘어

입력 1997-10-07 14:57:00

올해 26세인 김모씨(대학 휴학생)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거친 머리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머릿결이 거칠 뿐 아니라 흰 머리도 많아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김씨는 가족중 자신만유독 머릿결이 거칠어 그 원인이 유전적인 영향도 아니라고 생각됐다. 그러다 최근 그 원인이자라오면서 산성비를 많이 맞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흐린 날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을 귀찮아하던 김씨는 비를 맞는 경우가 많았고 빗속의 오염물질로 인해 자신의 머릿결이 거칠고 희게 됐다고 믿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중심으로 산성비가 많이 내리고 있으며 섬이나 산간지방에서도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올들어 내린 비의 월별 수소이온농도(pH) 평균값이 산성비 기준인 5.6보다 낮아 연중 계속 산성비가 내렸다. 산성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보인다.

산성비는 화력발전소, 자동차, 항공기 등의 화석연료가 탈 때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수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황산이온과 질산이온으로 변해 빗물에 녹아내리는 것. 산의 강도는 pH로나타내는데 산성이 가장 강한 0에서 산성이 전혀 없는 알칼리성 용액 수준의 14까지 있고 중성은7이다. 대기오염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연상태의 공기중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가 비에 녹아 약한산을 생성, 5.6의 산도를 나타내므로 그 이하를 산성비로 규정하고 있다. 산성비는 빗물, 서리, 눈등의 습성 강하물과 가스 상태의 건성 강하물을 포함한다.

산성비는 우리나라에 내리는 연중 강우량중 40%%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대기오염이 심한 겨울철에 많이 내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호수속의 pH를 낮춰 물고기를 죽게 하는 한편 식물의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토양을 산성화시켜 수목의 생장을 억제하는등 산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리석이나 금속등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특히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을 부식시키며 사람의 눈이나피부에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호수가 많은 스웨덴의 경우 2만1천5백개의 호수가 산성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중 4천5백개의 호수에서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산성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화력발전소등 대규모 공익사업시설의 경우 굴뚝을 높게 해 배출물질을 지상으로부터 멀리 내보내고 연료의 유황성분을 배출되기전에 제거하는 세정집진장치 설치를 법령으로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또 "연료정책과 관련, 유황 함량이 적은 석탄을 사용하거나 청정연료인 가스로 전환하는 것을 확대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산성비는 지역간, 국가간에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산성비는 최근 급속한 공업화를 진행중인 중국의 오염물질에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해결책도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개최된 UN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의제 21'은 산성비의 광역적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을 제시하고 있어 산성비에 대한 국가간 정보교환, 기술협력등을 강화해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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