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신가이드라인(中)

입력 1997-09-25 00:00:00

"가상시나리오"

'어느날 밤 한반도 군사분계선 전역에 걸쳐 북한군이 기습 남침을 감행했다. 동시에 북한 특수부대의 주력이 후방으로 파고 들어 지방도시들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미일양국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인가하는 가상시나리오를 엮어보기 위한 것이다.

이때 전투에 돌입하는 주한미군에 대해 일본은 당연히 지원해야할 의무가 생긴다. 과거에는 '집단적 자위권행사'를 금지하는 일본 헌법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나 새 가이드라인으로 한반도 전쟁은 일본 주변지역의 유사사태로 규정할 수 있어 일본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전쟁 발발 3일후. 수도권을 제외한 중부지방까지 점령당하는 등 북한군의 기습작전과 후방의 대혼란으로 한미연합군은 전세가 크게 불리한 상태에 빠진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일본은 한반도내의 자국민 구출을 위해 기회를 틈타 자위대 수송기와 비무장수송선을 일본인 피난민들이 몰려있는 동해안의 한 항구로 파견한다. 호위를 위해 구축함 2대도함께 출동한다. 항해도중 북한 군함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같은 시간 유엔은 북한의 도발이 국제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로 단정, 경제제재를 결의한다. 이에따라 일본 해상자위대는 북한 근해에서 선박 검문의 임무를 수행한다. 일본 군함은 한국의 영해내를 마음대로 항해하게 된다. 임검의 주요대상은 북한과 한국의 선박이다. 선박을 임의로 정지시키기 위해 실탄을 발사할 경우 일본영토 밖에서 무력사용을 금한 평화헌법에 위배된다. 따라서일본정부는 신호탄및 공포탄을 이용한다는 방침이나 북한군함의 공격에 신호탄만 쏘아 올리고 있을 수 없게 된다.

전쟁 발발 5일후. 이미 오키나와기지에 있던 미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구축함이 동해와 서해에 배치되고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 전개된다. 일본의 군 수송선은 미군 함정에 무기및 탄약수송을 담당하며 공해상을 오가는 일본 구축함의 수도 크게 증가된다.

한편 한미 전투기가 제공권을 장악, 전황은 유리하게 진행되기 시작하나 북한군도 만만찬은 기세를 보인다. 따라서 미군은 추가병력의 파견을 준비한다. 일본의 오키나와, 홋가이도 등 각 미군기지는 물론 도쿄부근 나리타(成田)공항및 민간공항, 항구는 미군들로 붐비고 일본은 물자 등 각종지원에 나선다.

미국은 북한의 몇몇 항구를 동시 기습 상륙작전의 목표로 정하고 일본에 대해 부산, 목포, 흥남,원산항 등지에 부설된 기뢰제거를 요청한다. 일본해상자위대는 최첨단 소해정과 소해헬기를 동원해 한반도로 몰려든다. 상륙작전이 성공하고 북한의 패색이 짙어지자 대량난민이 발생한다. 20만~30만명으로 추산되는 북한난민들은 한미연합군이 북한 방어에 여력이 없으므로 일본의 수송선을타게 되고 일본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적어진다.

북한의 패배로 전쟁이 끝나고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군사개입을 한 일본은 큰 공을 세운 전승국처럼 행동하게 된다.

일본 자위대는 중국의 개입을 대비해 내부적으로 더욱 최첨단 장비를 확충하는 등 일본은 본격적인 군사대국으로 무력을 과시하게 된다.

〈도쿄·朴淳國특파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