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우울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입력 1997-08-05 14:06:00

자녀와 함께 12층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동반 자살한 20대 후반의 주부, 남편과의 말다툼 끝에 목매달아 자살한 20대 후반 주부등 요즘 주부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우울증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상의 삶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절망감을 가지는 병이다.이는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로서 실제 적어도 성인 10명중 1명은 일생동안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증상은 단순한 우울감, 흥미상실에서부터 체중감소, 불면증, 죄책감, 집중력저하, 자살에까지 다양하다. 때때로 단지 두통, 요통, 소화불량이나 만성적 피로감과 같은 신체적 장애만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40대에 많이 나타나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2배나 많다. 여자의 경우는 대개 월경과 출산전후 그리고 갱년기에 잘 발생한다. 이는 호르몬 분비의 차이, 출산과육아 등의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

우울증은 단순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걸리는 병은 아니다.

사람들마다 우울증에 쉽게 걸리는 소질, 즉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삼풍사고와 같은 극한 상황에도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직장 상사로부터의 단순한 문책에도 심한 패배감을 느끼고 삶의 의욕을 잃기도 한다.

주부우울증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하여 현재의 주부들이 과연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볼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내는가하는것이다.

사회가 점차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감에 따라 자신의 고민을 남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분위기, 주부들의 사회진출과 자기표현의 욕구가 증가함에 따른 상대적인 불만족등이 현재의 주부들로 하여금 좌절감을 쉽게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매사에 의욕이 없어 치료받고자 하는 동기가 없다. 가족들도 우울증을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으로 여겨 관심을 두지 않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가벼운 증상은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하고 입원을 시켜야 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외에도 환자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키위한 정신치료와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주는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하면 대부분의 우울증은 치료할수가 있다.

이제 우리 주위에 혹시 말못할 고민을 안고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부들은 없는지 관심을가져보자.

김희철〈계명대동산의료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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