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속의 악마'와 '메데아' 출간

입력 1997-06-11 14:12:00

"악마는 어떤 존재인가" 악마는 신과 대비되는 상징이 아니라 인간을 좌지우지하며 마음속에 숨어있는 존재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악마연구서 '인간속의 악마'(푸른 숲 펴냄)와 그리스 신화속의 최고 악녀인 메데아를소재로 한 소설 '메데아'(청양 펴냄)가 출간됐다.

프랑스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장 디디에 뱅상이 펴낸 '인간속의 악마'는 역사·문학작품을 근거로 한 인간과 악마의 관계를 분석했다. 진화론자인 저자는 악은 신이 인간을 구원으로 인도하기위한 지렛대가 아니라 인류진화의 결과라는 주장을 펴고있다.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논점이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해서 인간이 생각하고말할 수 있는 영장류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이를 근거로 선과 악의 생물학, 악마와 관계하는 인간학을 전개한다.

악마가 진화과정에 개입해 인간 두뇌를 고도로 발달시켰고 이제는 두뇌를 조정해 악을 행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악하거나 선한 행위가 구분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역사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상징 철학 종교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근거로 제시하며 인간과 악마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삶 성 죽음을 삼위일체라고 부르는 저자는 그래서 악은 어차피 인간이 안고 살아야 할 숙명같은존재라고 본다.

악에 맞서는 세가지 전략은 악마의 유혹에 굴복하는 것, 악과 정면으로 투쟁하는 것, 악마와 더불어 사는 것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첫번째 전략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저자는 세번째 전략을 강조한다. 피상적인 선악이데올로기에 굴복하지 않고 악마의 계략을 미리 감지해 이에 대한 대응책을강구하는 것이 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라는 것이다.

'메데아'는 브레멘문학상과 뷔히너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여류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문제소설.메데아는 그리스 전설에 등장하는 매혹적이고도 모순에 찬 신화적 인물이다. 사랑을 위해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자식을 죽이지만 저자는 기존의 평가와는 달리 지혜와 사랑을 갖춘 현명한 여인상으로 그렸다.

개인의 권력이나 탐욕앞에서 전체의 희망은 쉽게 짓밟히고 그 와중에서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기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메데아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 존재하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시간과 세계사이의 존재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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