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위천 둘러싼 대구 부산 갈등

입력 1997-03-01 14:08:00

얼마전 경북대에 다니는 친구가 부산대를 방문,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대자보를 그가 보고야말았다. 부산의 대학가에서 위천단지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은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언제부터대구지역의 문제가 부산지역 대학운동의 표적이 됐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없다.

그 대자보를 본 친구는 다소 황당해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날밤 우리는 오랜 시간 경북과 경남의문제점에 대해서 토의를 할 수 있었다.

그 밤의 토론 끝에 우리는 조그만한 결론을 도출해 내었다. 그것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대규모 국토개발계획을 세우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륙지방은 제조업이 적당치 않다.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제조업의 폐수및 폐기물 처리를 위해 환경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의부담이 적고 원료의 수입및 완제품의 수출이 편리한 연안지방으로 제조업을 이관하는 것이 옳다.반면 정보통신, 물류센터, 경마장, 디자인 등의 사업은 내륙으로 넘겨야 한다.요즘은 각각의 지자체들이 비슷비슷한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유치하겠다는 생각일뿐 1백년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은 없는 것이다. 대구는 섬유엑스포를 열겠다고 하고 광주는 디자인비엔날레를 계획중이다. 부산은 대규모 유통단지를, 대구는 대규모 물류단지를 계획중이며 수원과 마산에는 각각 국제 연극제가 열렸다. 잘못하면 제살만 깎아먹을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 국토는 좁다. 여기에다 남북으로 잘려 반쪽으로 갈려진 이땅을 두고 여기에 경남북으로 나눌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결론적으로 부산이 추진중인 물류단지, 정보통신사업, 영상산업은대구에 양보하되 자동차, 기계 등의 산업은 부산쪽으로 돌리는 것이 낫다. 충남대와 충북대가 특성화 학부로 반도체와 정보통신을 유치한 까닭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박병률(부산시 동구 범일6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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