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없다'는 말은 앞날이 막막하다는 말이다.
과연 대구문화에는 비전이 있을까. 계명대 국문학과 원명수교수는 "예술인들의 창작환경과 시설,대구시의 문화행정등을 볼때 대구 문화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뮤지컬 '빠담 빠담' 대구공연때 일이다. 마침 공연을 관람하러온 문희갑대구시장은 연기자들의 항의성 불평에 곤욕을 치렀다. 이날 한 연기자는 "전국 3대 도시에서 이렇게 열악한 공연장이 있을수 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형편없는 대구문화시설을 '대놓고' 불평했다.낮은 감도의 조명, 울리는 음향, 좁은 무대, 심지어 비좁은 탈의실까지 대구 공연장의 '총체적 열악성'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실. 부산 광주와는 달리 대구시민회관은 전환무대도 없다. '빠담 빠담'의 경우도 직접 세트를 밀고 무대로 나가 연기를 해야 했던 연기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그래서 대공연 유치는 항상 '끝물'이어야 했다. 분도기획 대표 윤순영씨(45)는 "대구의 좁은 무대에 맞추기 위해 세트를 잘라 붙이기 때문에 서울의 대공연은 대부분 마지막공연에 일정을 맞춘다"고 했다. 최근에는 자르고 붙일수 없는 알미늄소재 세트가 일반화되는 추세라 대구의 대공연은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형편에 외국 유명공연단의 대구공연은 언감생심. 볼만한 공연을 찾아 부산 광주 서울을 찾아야 하는 대구문화의 현실, 이래서는 비전이 결코 보일리 없다.
또 문화시정을 표방하는 대구시의 반(反) 문화적행정도 대구 문화의 미래를 어렵게 한다. 지난해세계유명판화전 대구 유치안이 제안됐을 때다. 이 유치안을 놓고 미적거린 대구시와는 달리 목포시는 시장까지 나서 이를 유치하는 바람에 세계유명판화전은 중(中)도시 목포에 빼앗기고 말았다.무소신 무사안일한 문화행정이 보여준 한 예다. 그래서 대구는 95년 광주비엔날레 9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또 한번 낭패감을 맛본 셈이다.
최근 2백여명의 대구예술인들이 국제민속축제(가칭)의 대구유치를 추진중이다. '못미더운' 행정에앞서 민간이 주체로 좋은 예에 속한다.
또 대구 예술인들의 폐쇄적 의식도 상황을 어렵게 한다. 원명수교수는 "최근 세계적 예술경향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한 생태주의와 국가간 경계가 사라지면서생기는 문화충돌인데 대구에서 이를 반영한 작품들이 거의 없다"며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보편성을 가미한 창작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교수는 경상도의 보수적인 기질이 감각적이고미래적인 창작활동의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그 틀안에 서로 끼워맞추다 보니 세계적인 안목을키우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한 폐쇄성은 다양한 문화상품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극장은 여행사와 제휴해 관광일정에 전통예술공연 관람이 포함된 패키지관광상품까지 개발해 판매중이다.이 극장은 인터넷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공연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그 '흔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예술인이 없다.
관객에 접근하려는 노력 결여, 문화행정의 적극성 부족, 열악한 공간, 세계화를 향한 창작인의 의식 미흡, 아직은 '힘들고' '어둡고' '어렵다'는 것이 대구문화의 비현실이다. 그래서 비전이 없다.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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