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문중현 '이토추'상사 서울지점 섬유부장

입력 1997-01-29 15:20:00

대구경북 섬유업은 지난 30년간 화학섬유 제조기술의 발전과 80년도까지 지속됐던 세계적인 수요초과에 힘입어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지역 섬유업은 일본에서 도입한 발전된 기술과 아이템을 80년대 중반까지는 비용측면에서 국제적인 비교우위를 가졌던 국내 노동력과 결합시켜 저렴한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지역 섬유업계의 생산.판매체제와 경영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섬유시장의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급기야 섬유업은 사양업종화하고있다.국내에서는 80년대 중후반의 과잉투자로 빚어진 지역 업계간 출혈경쟁으로 해외시장에서 생산비도 보전되지않는 덤핑판매가 난무하고있으며, 업계의 영세성과 경영마인드의 결여는 전반적인 섬유업 정체의 원인이 됐다.

한편 해외시장에서는 비용면에서 중국.인도 등 저렴한 노동력으로 무장한 섬유업 후발국에 밀리고있으며 고부가가치 부문에서는 상품개발력이 뛰어난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있다.지역 섬유업계가 그동안 해외 바이어들의 발주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국제적 신용도가 실추돼왔다는 것도 업계의 발전에 암울한 전망을 던져주고있다.

이러한 점들로 미뤄볼때 섬유업 회생은 '저부가가치 대량생산체제'에서 섬유수요의 고급화.세분화에 맞춘 '고부가가치 다품종 생산체제'로의 산업고도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해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70년대 염색가공, 80년대 미세합섬사, 90년도에서 현재까지는 초미세합섬사 및 복합직물개발 등 기술 및 상품혁신을 거듭 수행하며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추는 한편 해외시장에서의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역 섬유업계도 임박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제사.제직.직물가공 등 각 생산단계의 유기적 협력체제 하에서 한국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고 경제적 의미를 상실한 설비는 폐기처분하는 등 감산체제를 도입해야한다.

판매면에서도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거래선을 관리하는 동시에 선진국.개도국간 차별적인 마케팅전략을 도입해야하며 생산현장에서는 철저한 프로의식과 국제적인 경영감각으로 재무장해야 할것이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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