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호 〈본사 심의실장〉"
*문민의 獨善
"반독재투쟁이나 민주화투쟁을 한 사람들은 흔히 어디에나 '민주'라는 이름을 내걸고 자기만이선(善)이라는 오만에 빠진다. 이른바 '민주오만'이다. 이 오만으로 인해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하다가 끝내는 민주의 이름으로 추락하고 만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로버트 미첼의 '정당들'이라는 책속에 나오는 내용이다.
노동법개정과정에서 문민정권이 보여준 독선과 오만, 그리고 과욕과 무능을 보면서 문득 이 내용이 생각났다. 문민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김영삼(金泳三)정권이 당초 90%%가까운 지지를 얻다가 올해 연두기자회견이후는 10%%대로 추락한 사실은 바로 이를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개정노동법은 補藥?
개정 노동법이 복수노조유예등 몇가지 조항으로 인해 악법으로 규정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국가경쟁력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개도국형 경제에서 선진국형 경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점에서 이번과 같은 노동법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실례를들어보면 80년대부터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등 감량경영을 해온 미국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고 이에 실패한 유럽이나 일본경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미국경제 회복에는 벤처기업의 활약도 큰 몫을 했지만….
또한 미국은 지난 79년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4천3백만명을 레이오프(일시해고)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92년 7.4%%를 정점으로 차츰 낮아져 96년말에는 5.4%%로 떨어졌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기업의 경쟁력을 키웠고 이것이 바로 국가경제에 호황을 불러와 전체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났기때문이다. 그외 IBM이나 GM등 미국의 유수한 기업들은 모두 결과적으로 10~20%%를 감량한 리엔지니어링이나 다운사이징이라는 경영혁신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세계적인 경제잡지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최근호에서 91년이래 감량경영을 해온 미국에서는8백만명의 일자리가 생겨났으나 이와는 거꾸로 간 유럽은 5백만명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도하고있다. 유럽의 실업률은 대개 10~20%%이다.
*이제 노동법은
그러나 이 좋은 노동법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시키기에는 몇가지 점에서 미국과 달라 문제가있다. 우선 사회제도의 차이다. 미국은 대체로 계약사회여서 해고에 대한 충격이 적고 우리는 평생직장개념에다 연공서열형의 인정사회여서 충격이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업보험등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우리와 차이가 많다. 또한 미국경제를 살렸다는 리엔지니어링의 창시자인 마이클 해머도 혁혁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리엔지니어링의 70%%는 실패했다고고백했다. 감원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결함때문이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소위 선진국형 개정노동법은 국민적 합의나 노동자의 이해가 없이는 실시할 수도 없고 또 실시한다해도 그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문민정부는 명분이 좋다고 그대로 새벽날치기로 밀어붙였고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며 독선과 오만을 부린 것이다. 그래서 화이트칼라까지 포함된 국민적 분노가 일어났던 것이다. 근로자들이 느끼는 해고불안에 대한 사과와 함께 호소조의 설득이있어야 했던 대목이었다.
어떻든 국민적 합의만 있었다면 실시될수도 있었던 개정노동법은 이렇게 국민설득에 실패함으로써 수정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우리경제를 더 빨리 살릴수 있을지도 모를 개정노동법이 문민정권의 독선과 오만 그리고 미숙과 무능때문에 기회를 놓칠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이제 여당은 지나간 날치기법에 연연해 하지 말고 또 야당은 구태의연하게 대안(代案)도 없이 반대만 하지말고 어떻게 하는 것이 위기에 처한 우리경제를 구하는 길인지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개혁은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인지, 아니면 미국처럼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혁신적으로 나가야 효과적인지를…. 그리고 우리는 머뭇거리고 다투고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왜냐하면 80년대 말에 시작했어야 할 노동시장 구조개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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