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를 찾아서(14)-청도 지룡산 운문사

입력 1997-01-18 14:09:00

고려시대 고승 일연스님의 자취가 깃든 청도 호거산 운문사.

경산 자인을 거쳐 동곡으로 접어들면 예나 지금이나 유구한 산천이 그저 아름답다. 겨울을 맞은운문댐은 한켠에 살얼음이 끼어 운치를 더하고 물길이 좁을 대로 좁아든 개울은 맑은 물을 아래로 흘려보낸다.

운문사 길목에 장광하게 펼쳐진 솔밭. 이리 저리 굽은 줄기의 맵시가 오가는 사람의 눈을 홀리고도 남을 정도다. 미인에 견줄만한 아름드리 노송 무더기는 성형수술로 얼굴을 뜯어고친 요즘 미스코리아보다 훨씬 예쁘다. 솔밭을 뒤로하고 절로 다가서면 눈에 선한 고향풍경같은 정겨움이 주체없이 밀려드는 돌기와담장. 발꿈치를 들어보면 안이 훤히 들여다뵈고 발꿈치를 내리면 돌담끝이 눈앞에 마주친다. 고향내음 그대로 같은 운문사 돌담길에서 정갈한 마음으로 들어서는 입구범종루. 절묘한 가람배치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당같은 만세루앞에는 수령이 4백년가량된 처진소나무가 장중한 위용을 드러낸다. 또 사찰주변을 병풍같이 둘러싼 지룡산(옛이름은 호거산)은 거친 암벽이 곳곳에 드러나 있지만 거친 남성미보다 병아리를품은 암탉마냥 포근한 모성애가 넘쳐 흐른다.

일연스님은 1277년(충렬왕 3년) 왕명에 의하여 운문사주지로 부임했다. 이곳에서 스님은 민족의찬란한 문화유산 삼국유사를 대부분 집필, 군위 인각사에서 완성했다. 지금 일연스님의 흔적이 유물로 남겨져 있지는 않지만 사람을 압도하지 아니하고 마음 속속들이 감동을 심어주는 분위기에서 일연스님의 따뜻한 체취를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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