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국〈정치2부장〉"
김선배,
오늘도 명동(明洞)주변을 돌아야 하는 나의 퇴근길은 서글프기 그지 없습니다.각종 노동단체들의 절규때문에 이젠 만성적인 지체구간이 됐기 때문이죠.
아둔한 판단으로도 이것이 김영삼정부가 펼치고 있는 개혁의 실상같습니다. 세상사람들이 "김영삼정부는 개혁을 한 것이 하나도 없다. '개핵'을 했을뿐"이라고 하는 말의 뜻을 이 정부와 집권당에서 온갖 현직을 거친 김선배가 모를 리 없겠지요. 욕심같았으면 그 많은 군중들이 모두 지지군중이라 해도 이젠 임기말이라 아쉬울텐데…. 때로 억울한 마음인들 왜 없겠습니까.김선배,
그러나 요즘 쏟아지는 기사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모질게 당한 며느리가 모진 시어머니된다"는 옛말이 생각납니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겠지요. 오늘의 민심이반사태와 그옛날, YH사건이나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시절을 한번 '오버 랩'시켜 보십시오. 다동(茶洞)민추협사무실에서 김대중상임고문과 뜨거운 동지애를 나누었던 '모시는 분'의 모습과 청와대에서 일어지하에여야영수회담을 물리쳤던 연두기자회견 당시의 모습을 연상해 보십시오.
김선배,
몇번을 생각해 봐도 그렇게 간단히 단답으로 끝낼 일은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서…"정도로만 보좌했어도 선거때 찍은 표를 후회한다 어쩐다 하는 말은 안 나왔을 성 싶습니다.
민주라는 글자아래서 40년 정치생애를 꾸려 온 분이 마지막 1년을 남기고 이전의 신념을 코 떨어진 고무신 버리듯 보좌해도 될 일인지요.
신새벽에 행한 날치기가 소수의 횡포만 준엄하게 나무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원내 제3당의 통일민주당 시절의 의정활동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그렇게 어려울 것도없지요.
옛날 상도동 캠프의 한 참모는 "정치는 교직(交織)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합디다. 민주화 투쟁을 몸으로 겪었던 사람이 할 수 있음직한 말이었지요.
김선배.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있은 신한국당의 의원·지구당위원장 만찬석상에서 대통령께선 이례적으로"인쇄된 만찬사를 그대로 읽겠다"며 낭독하셨습니다.
이말씀을 들으니 연두기자회견때 일이 너무 아쉬워 한자 덧붙입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미국의 대통령도 회견전에 여러번 리허설을 한다고 합디다.'모시는 분'이 야당 대통령 후보 시절, 강원도 유세에서 "제가 당선되면 강원도의 지하자원을 개발해서…"라고도 하셨고 강원도 다른 곳에선 "예로부터 우리 충청도는 충절의 고향으로써…"라고도 하셨지만 그때는 오히려 그것이 긴장을 푸는 요소로 청중들에게 부담없는 폭소를 선사하기도했지요.
야당의 어느 대변인은 연두회견이후 '2만, 2무'(오만, 기만, 무능, 무지)라고 했으니 김선배가 듣기엔 무척 부담이 됐겠지요. 이해가 갑니다.
김선배.
그러나 저러나 노동관계법은 그대로 밀고 나가는 모양이죠.
신한국당은 오늘의 간단치 않은 국면을 홍보 부족때문으로 진단한 것 같은데 정작 신한국당의 고문 한분은 노동관계법의 재개정을 내놓고 요구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우선 홍보대상을 당내로 국한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려되는 건 대국민 홍보라는 것이 자칫 구두를 신은채 가려운 곳을 긁는 형국이나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김선배.
이렇다 할 주견도 없이 언론계의 말석을 더럽히고 있는 아둔한 후배의 소견이라 큰 꾸짖음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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