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장자(莊子)의 말처럼 세월이란 문틈으로 준마가 달리는 걸 보는 것 만큼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언제나 버릇처럼 그래 왔었지만 사람은 해가 바뀌면 올해만큼은 뭔가 잘해보리라는 새로운 변화 를 약속하고 다짐한다.
그러나 후회란 항상 뒤에 오는 것이어서 지나고 나면 또 그렇고 그런 한해가 돼버렸다는 회한과 자책에 빠진다.
그러는게 아니었는데 라는 깨달음은 늘 나중에 온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후회의 뉘우침은 새 로운 염원과 기도를 낳아준다. 무의미한 후회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느님을 믿든 부처님을 믿든 누구나 새해아침이면 지난 세모의 후회를 털어내고 크고 작은 바램 과 기원을 품는다.
걱정스럽게도 올 새해는 파업이라는 달갑잖은 바람을 안고 시작됐다. 정치든 경제든 모든 것이 불안한 채로 시작된 새해다. 뭔가 새로운 걸 다짐하고 조용히 염원 하기에는 주변이 너무 어수선 하다. 앞날이 안개속처럼 흐려보이기만 하고 너나없이 저나름대로 크고작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 고 있다.
이맘때쯤 토정비결 같은 것이 우리 주변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도 전란과 외침(外侵), 빈곤의 역 사속에 살아온 불안정한 민족성 탓만은 아니다.
날이갈수록 세상이 점점 안정감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탓이 크다. 벌써 일부 언론은 대선 주자등 정치권 인사들의 토정비결 풀이를 특집으로 보도하고 있다. 김대통령에겐 7~8월경 귀인이 등을 돌릴 수 라고 풀이하고 JP는 소녀가 나이많은 남자에게 시 집갈 운세 라며 합당의 운세를 풀이했다.
이회창씨는 우물가에 있다 나중에 두레박을 얻을 괘로 풀이, 대권후보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 다. 재벌들에 대한 운세풀이도 올해 경제계를 내다보는 대중들의 불안한 심리를 건드리고 있다. YS정권에 호감을 사지 못한 김우중 대우 회장이 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는 괘 로 가장 길운으로 풀이된 반면 지난해 YS와 가깝다고 인식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은 고기가 못물을 잃으니 활기 가 다 빠졌다 고 풀이돼 정권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듯한 괘풀이를 내놓고 있다. 혹세무 민이 아니냐는 비판에도 사람들은 흥미를 갖는다.
그러나 21세기를 바라보는 새해의 큰 희망은 낭만과 주술적인 희망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의 새로운 미래는 토정비결 같은 괘 의 운행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일하는 손과 뛰는 발과 화합하는 마음에 달려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가능성이 담긴 수 치와 실증될수 있는 실체가 중요하다.
새해에는 그런것을 추구하고 따라가는 희망과 비젼을 꿈으로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인이든 경제인이든 노동자든 모든 국민이 거대한 큐빅게임을 하는 마음으로 화합해야만 한다. 어 느 한쪽이라도 한발짝씩 잠시 물러나 상대쪽에게 길을 터주지 않으면 모두가 목표하는 큐빅의 모 자이크를 구성해 낼수 없다. 한발짝 잠시 물러나 비켜주는 희생과 양보야 말로 더 빨리 큐빅게임 을 완전하게 끝낼수 있는 지름길이다.
서로의 꿈과 희망을 남보다 더많이 얻어내려는데만 집착하는 새해의 꿈은 결국 서로의 꿈을 방해 하고 물고 늘어지는 추한 모습으로 대립되고 또한번 후회만 남는 한해가 되고 말것이다. 지금 맞붙어선 노사 문제도, 여야의 대립도 서로 자기의 논리와 권리를 더 먼저 지키고 따내려는 데서 비롯된 대립이다.
남의 길을 먼저 터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내갈길을 더빨리 갈수 있는 진리를 얼마만큼 빨리 터득하 고 용기있게 실천할수 있느냐에 따라 올한해 한국의 운세가 결정된다는 확신을 갖자. 이제 새해의 꿈도 내꿈만 야무지게 꾼다고 이뤄지는 세상은 지났다. 새해아침, 세상 눈치 봐가며 꾸어야할 꿈이라도 좋은 꿈 많이 꾸시기를 기원드린다.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