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게릴라 점거사건-강경진압이냐 요구수락이냐

입력 1996-12-20 14:51:00

페루의 일본대사관저에서 발생한 무장게릴라 점거사건이 계속되는 가운데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관련해 일본정부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페루정부, 일본, 그리고 특수부대파견의 견해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 어떠한 태도를 취할것인가 하는 점이 초점이 되고 있다.

장기전을 각오하고 교섭을 계속할 것인가, 강경책을 취할 것인가, 테러조직에 대한 미국과 페루의자세는 일본과 비교해 강경하다.

일본은 고통스런 결단을 내려야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일본 정부는 지난 1977년 적군파에 의한 다카공항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명을 최우선시하고 옥중에 있던 일본적군파의 동료를 '초법규적 조치'로써 석방하여 국내외의 논의를 불러일으켰다.그러나 그후 국제사회의 흐름은 테러 박멸이라는 강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페루 사건이 장기화할 경우 위기관리를 중시해온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는 인명존중과의 사이에서 극히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다카공항사건은 일본민항기가 적군파 단원들에 의해 공중납치돼 방글라데시의 다카공항에 강제착륙된 사건으로 범인들은 승객을 인질로 잡고 옥중의 동료 석방과 몸값을 요구했다. 당시 후쿠다총리는 '사람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며 요구를 받아들여 인질의 전원 석방과 함께 해결됐다.다카사건 직후 발생한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사건은 구 서독의 특수부대에 의해 범인사살-승객구출이라는 형태로 해결돼 대조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대응방법을 둘러싸고 논의를 불러 일으켰었다.

다음해 본 서미트에서는 '국제적 테러활동과 투쟁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특별성명도 나왔었다.

올해도 미국주도의 테러에 관한 선언이 표명되고 하시모토 총리도 찬동했다.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도 테러진압을 중요정책으로 하고있다.

이러한 상황속에 19일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은 "대사관은 일본의 주권이 미치고 있고 페루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 때는 일본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고 발표해 페루정부가 독단적으로 강경책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페루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제3국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경우 치외법권이 인정되고 있는 일본은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입장이 된다.

일본총리가 요청한 '인명존중'은 당연히 전제가 되지만 일본이 찬성해온 국제사회에의 원칙중시라는 자세를 시험 당하게 되는 국면에 봉착, 대응을 잘못하면 국내외의 비난을 초래할 수 밖에없게 된다.

테러범들의 요구를 승낙할 것인가 타협안에 반대하는 미국과 페루처럼 강경책의 자세를 취할 것인가 일본정부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있다.

〈도쿄.朴淳國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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