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시내 전체 가구가 쓴 돈은 13조원. 그러나 불우이웃돕기에 보낸 온정은 모두 9억8천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가구수(약75만8천)로 나누면 대구시민 1가구는 지난해 불우이웃돕기에 1천3백원 정도 쓴 셈이다.
이웃의 불행을 돌보지 않는 슬픈 현상은 90년대 들면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난91년 대구시가모금할 당시 20억원을 훨씬 넘던 성금은 이웃돕기 운동본부와 언론사 등 민간단체로 모금이 넘겨진 지난92년 약19억원으로 준데 이어, 지난해는 절반이하로뚝 떨어졌다. 이웃돕기 운동본부 관계자는"없는 사람 심정은 없는 사람이 안다듯이, 지난14일 동성로에서 벌인 이웃돕기캠페인때도 고급옷을 입은 부유층일수록 성금함을 외면했다"며 차가운 인심을 나무랐다.
불황을 탓하지만 대구시민들의 씀씀이는 별로 줄어든 것 같지 않다. 17일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모 패스트푸드점. 1백평이 훨씬 넘는 점포는 청소년들로 빽빽했다. 한번 들르면 최소한 2만원이상쓰지만 누구도 돈걱정은 없어 보였다. 이 일대 4~5개 대형 패스트 푸드점의 하루 판매액은 5백만~1천만원. 한 업체는 지난해 25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성로와 수성구 일대는 이같은 패스트 푸드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성업중이다.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연4회 정기세일에 이어 매출부진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바겐세일을 실시한 대구-동아 두 백화점은 8일만에 각각 4백72억원,4백12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이처럼 흥청대는 사람이 많지만 10만원 남짓한 돈으로 한달을 버티는 이웃도 적지않다. 생활보호대상자 김정순할머니(66·여·북구 산격동)도 이러한 이웃이다. 지난 10월말 6개월치 난방-김장비로 겨우 7만원을 지원받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월동비를 1만원 올려주었지만 기름값은 2만원이나 올랐어요" 김할머니의 추운얼굴은 더욱 오그라들어 보였다. 대구시내 생활보호대상자 3만8천세대 모두 김씨와 같이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
소년-소녀가장들은 더 힘들다. 복지기관 관계자는 "어렵게 산다는 표를 내지않으려다보니 겨울옷값으로만 평소보다 10만원이상 사용해 생활이 더 쪼들린다"고 전했다.이들 뿐 아니라 노인,장애인,보육시설 등 보호시설도 후원의 손길이 가뭄에 못물줄듯 줄어 차가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값비싼 옷과 유흥비로 낭비하는 돈을 우리의 '추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건넨다면 올겨울은 보다 따뜻하지 않을까.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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