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된 아들놈은 한창 호기심이 많다. 귀찮게 질문을 해대는데 한 번은 잠자리는 무얼 먹고사는지를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 나중에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는데 생각이 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해대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도 모두 잠자리와는 관계없이 먹고사는 사람들이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이들은 풀을 먹는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꽃가루를 먹고산다고도 하였다. 결국 백과사전을 뒤적여 찾은 정답은 작은 곤충이나 벌레를 먹고 사는 육식동물이라는 것이다.
다섯 살된 아이들은 부모가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열다섯 살된 아이들은 자신들의 관심사항에 관하여 부모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질문하기를 그친다. 그 10년동안 얼마나많은 질문과 무관심하고 잘못된 답변이 오고 갔을까. 계속되는 무성의와 실망 속에서 아이들은침묵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한 수필가는 '침묵은 아이들보다 빨리 자란다'고 경고하였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침묵처럼 무서운 괴물은 없다. 침묵은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채우고 곧 집안을 가득채운다. 침묵은 평화의 증거가 아니라 불행의 전조이다. 침묵 속에서 어느날 아이들은 집을 나가기도 하고, 고층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칼을 들기도 한다. 악행은 천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강도가 내미는 비수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우리를 아연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말은 부모에게 보내는 신호이며 그 신호를 해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은 부모의의무이다. 지금 아이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곧 아이들이 우리를 포기하는날이 올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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