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36계(計)」를 읽고 있는가

입력 1996-10-25 00:00:00

군인이 읽어야할 병법서(兵法書)에는 오자병법, 손자병법, 귀곡자, 사마법, 육도 삼락, 백전기략…등 숱하겠지만 가장 비본병법(秘本兵法)으로 알려진 책은 「36 계(計)」다. 36계 병법서는 중국전래의 병법고전으로 알려져 왔지만 수필본이 처음 발견 세상에 공개된 것은 불과 55년전인 1941년 중국 사천성 성도(成都) 지방에서였다. 이 병법서는 6개의 계책을 하나의 변수로 잡아 6개의 틀에 맞추 어 36계책으로 꾸며져 있다는데 그중 31계편이 그 유명한 미인계(美人計)다. 그러나 이 31번 계책의 참뜻은 미인보다는 뇌물이나 벼슬욕등 적군의 인간적 약점을 이용하여 타격을 가하고 통제의 분열을 촉진하여 국가를 미혹하게 만들 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제25계 「투량환주(偸梁換柱)」의 계책은 「적군의 대들보를 훔쳐다가 아 군의 기둥으로 써먹어라」는 계책이다.

요즘 말들이 많은 이양호 전국방장관의 뇌물의혹 사건을 보면서 문득 36계 병 법서의 31계와 25계를 생각하게 된다.

한번 돌이켜 보자. 지난 10년간 재직한 8명의 국방장관중 비리에 연루 구속되 거나 의혹을 받은 장관은 7명, 단 한명만이 무사히(?) 자리를 지키다 갔다. 세 계 5위의 70만 강병을 가졌다는 민주국가의 군대치고는 너무도 부끄러운 모습 이다.

정치권쪽으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다수 엘리트 장성들이나 애국애군(愛 國愛軍)의식에 차있는 젊은 영관급들이 군상층부의 부패와 비리를 통탄하며 그 래도 나라를 지키고 있으리란 믿음은 있지만 역대 국방장관들의 면면을 보면 군의 모습은 「실망」그 자체다.

뇌물을 받고 메모를 써주고 뇌물을 바치며 승진을 하려 했다는 비리와 부패는 군의 사기와 명예를 실추시키고 군통제의 분열과 국가를 미혹시키기에 충분하 다.

또한 장관의 방위관련 메모쪽지 내용이 국방기밀인지 아닌지 군규정을 따지기 이전에 어떤 수준의 것이든 국군의 대들보격인 국방장관이 군사관련 자료를 외 부로 흘려 내주는 것은 자칫 적군에게는 본의아니게 간접적인 기둥의 효과를 안겨다줄 가능성이 없지도 않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다 심각하게 우려하고 짚어봐야 할것은 검찰 수사가 군사기에 영향을 준다느니 언론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군 고위층에게 물욕 과 출세라는 인간적 욕망과 약점을 이용하여 신성한 율곡사업에까지 부정부패 의 비리를 저지르게 하는 보이지 않는 31계의 손은 어디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쪽에서 보면 남한 군부 최고위층의 도덕적 부패는 통제의 분열과 국가를 미혹하게하는 31계략의 목표요 전과(戰果)다. 북한이 바보가 아니라면 31계책과 25계책을 모를리 없다.

비리국방 장관들에게 뇌물을 던진 무기상과 정치 거간꾼들 중에는 율곡사업의 군사비밀을 뽑아내고 군의 균열과 사기저하를 이끌어 내며 통제의 균열과 국가 를 미혹하게 만든 31계를 책략한 인물은 한명도 없었을까. 장관 비리만 살필게 아니라 그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살펴야 할때다.

군의 부패는 단순히 특정집단 내부의 부패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와 민족의 존립이 함께 걸리게 된다. 그래서 국방장관등의 비리는 더 철저 히 예방되고 응징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유능하고 군인정신을 가진 엘리트도 많았을 하나회만 자르고 물먹이며 율곡비리로 구속된 국방장관들은 사면시켜준 YS의 군개혁은 하책(下策)중의 하책이었다.

군최고 수뇌부의 탈정치 의식개혁만이 참된 군의 사기를 올릴수 있다. 다들 정 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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