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施政연설에 담긴 對北정책

입력 1996-10-22 00:00:00

"[대화]는 열고 도발엔 쐐기"

북한 무장공비 침투와 관련한 대북후속조치를 검토해온 정부는 21일 별도의 대북성명이나 조치를발표하지않는 대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대북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를 열어 대북후속조치의 내용과 형식을 논의한 결과, 일단 김대통령의 시정연설로 대북후속조치를 대체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면 북한의 도발을 더이상 묵과하지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대북정책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68년 무장공비침투 이후 최대규모의 무력도발 로 파악했다.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행위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대남적화전략이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 사건 이라고 규정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이 사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시인, 사과하고 유사한 도발행위의 재발방지를 약속하는등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할 것 이라고 촉구하면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해 올경우 한미연합방위태세에 의거, 단호한 조치를 취할것 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무력도발 움직임이 유엔안보리의 의장성명 채택과 유럽연합(EU)의 성명발표등을 통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이 더이상 경거망동하지않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강력한 대북경고와 더불어, 북한에 대해 4자회담에 응해 올 것을 촉구함으로써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정부 입장은 북한 당국이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가 새로 마련될 때까지 현 정전협정을 완전 준수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 의 약속을 지켜 군사정전위원회등 정전협정 관리기구에 조속히 복귀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정착과 신뢰구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회담에 하루속히 호응해 나올 것 을 재차 촉구한 시정연설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또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대남적화의 환상에서 깨어나 북한주민의 생활개선에 힘쓰면서 민족적 화해와 협력의 길에 나서라 며 북한의 방향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한마디로 북한의 방향선회가 있을 경우 언제라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특히 북한의 명시적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면서도 이를 전제조건화하지않았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향후 융통성있는 대북정책의 전개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을 제시해 자승자박하는 우를 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공식사과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응책을 검토중이라고밝혔다. 또 미.일.중.러등 주변 강국들과의 외교적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계속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대북공조에 있어서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서의 긴장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원치않고 있다.

냉각기 가 필요하다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북한의 연착륙을 위해 북-미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게 미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유엔대표단의 일원으로 곧 미국을 방문할 북한 외교부의 이형철미주국장과 접촉하려는 미국측의 움직임에서도 엿볼수 있다.

정부는 미국.일본등이 대북경수로 지원사업, 대북중유제공문제까지 재검토하는등 북한에 단호한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해주기를 내심 희망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한계가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대북조치는 북한의 도발을 더이상 묵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전면동결할 수도 없는가 하면, 대북정책에관한 국제적인 한몸 공조 도 현실적으로 쉽지않다는 여러한계및 제약속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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