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初·中校학생 級友이름 몰라

입력 1996-10-15 14:55:00

"대단지아파트 지역서 더 심해"

같은 반 친구의 이름조차 모르는 초.중등생들이 많다. 특히 대단지 아파트 지역과 고학력.고소득 학부모들이 많은 학교에서 더욱 심하다. 교사들도 이같은 사실에 놀라고 있다.

이달초 대구시 수성구 시지초등학교 6학년 5개반을 돌며 친구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하던 교감과 담임교사는 상당수 어린이들이 친구 이름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그럴 리가 없다 며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6학년 조사대상 2백54명 중 같은 반 친구이름을 모두 아는 학생은 60%%(1백

48명)에지나지 않았다. 교감선생님은 전학 온 학생들이 많기 때문일 것 이라고얼버무렸지만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방과 후 친구들과 놀지 않고 혼자 지낸다는 것을 확인하고 얼굴이 상기됐다.

남구 경복중학교 2~3학년과 시지여중 3년생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시지여중 3학년3개반(1백63명)에서 학교를 파한 뒤 친구들과 놀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이반별로 20여명이나 됐다. 경복중학교도 한반에 20명 이상이 나홀로 시간을보낸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두 학교 모두 급우 이름을 다 알지는 못한다 는대답이 반마다 10여명씩 나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름 모르는 친구를 안경잽이 뚱보 삐죽이 등 외모에서 따온 별명을 부른다 는 어린 제자의 대답에 허탈해 했다.

한편 도심 아파트 밀집지역의 학생들과 달리 서민층이 많은 달서구 송현초등학교는 옛아이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학교 6학년 5개반 2백명에게 같은질문을 했더니 모두가 급우이름을 다안다 고 했다. 경산시 중산동 아이누리유치원생 1백20명도 30명안팎의 해님-달님-별님-꽃님반 친구들의 이름을 죄다 외고 있었다.

교육전문가들은 개인주의-이기주의가 학교 운동장까지 퍼지면서 놀이문화가 사라지고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진단한다.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 이라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가정교육도 외톨이를 양산하는 큰 원인이다. 실제로 효명초교5~6학년 절반 이상이 5개 이상의 학원에다 과외수업까지받고 있었다. 한 교사는 집에서 과외를 하기 때문에 숙제를 내지 말아달라고주문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며 부모들의 외톨이교육 을 크게 걱정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白承大)교수는 핵가족화로 인해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생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자기중심적 어린이가늘어났기때문 이라고 분석,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집단생활에 제대로 적응할지 의문 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또 대구대 일반사회교육학과 윤덕홍(尹德弘)교수는 최근 10대 청소년 자살과20대젊은이들의 군생활 부적응이 두드러진 것도 이같은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기성세대의 과욕 이 아이들과 사회를 불구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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