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미국 시인 T.S 엘리어트의 황무지 라는 시의 한구절이다. 4월이 되면 누구나가 한번쯤은 읽었거나 들었을법한 우리에게는 많이 알려진 구절이다. 엘리어트는 현대문명에 길든 미국이 싫어 그 자신이 전통의 나라라고 생각한 영국으로 귀화했다. 이 시는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키워내는 그야말로 창조 의 고통스러움을 일깨우는 시라고 할 수 있다.
근래 대구시내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꽃잎 이라는 영화를 봤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1980년광주민중항쟁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평가에서부터 부정까지 다양한 반응이다. 나도 군데군데 심리주의적 편향을 보이는 화면 구성이 불만스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주인공으로 나오는 어린 소녀가 무덤앞에서 울부짖는,접신하는 듯한 모습은 이 영화의 압권이라 할 만큼 큰 감동을 주었다.
80년의 상황을 재현한 금남로의 총격은 십수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충격적이며 가슴 아프다. 나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이 사태 를 단지 영화속의 사건으로만 이해하지 않길 바란다. 그렇다고 비극적인 광주문제가 특정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사사로이 악용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이 사태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고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공적 차원의 보상도 일부분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물리적 차원의 보상 유무가 이사건의 본질을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는 지난 80년대 내내 어떤 원죄 의식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이젠 이 사건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고 하나의 역사로 굳어지면서 우리에게 주는 실감도 줄어드는 듯 하다. 엘리어트가 잔인하다고 했던 그 4월이 가고 5월이 오면 이 강산 지천으로 꽃들이 피어날 것이지만, 그 많은 꽃들가운데에서 이 꽃잎 하나쯤도 우리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길 바란다. 잔인했던 5월을 한번쯤 되새겨 보길 바란다.
〈시인 김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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